[靑出於藍] 물 제어 기술로 수출길 꽉 잡은 '밸브형제'

입력 2013-01-03 17:13   수정 2013-01-04 04:08

(4) 정태희 삼진정밀 사장

교수 꿈 꾸던 큰아들…아버지에게 경영배워 창업
형은 내수·동생은 수출 담당…밸브 업계 1등 일궈




1991년 4월. 당시 34세였던 정태희 삼진정밀 사장(55)은 대전시 대화동 공단의 15평 사무실에서 직원 한 명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해 자신이 설립한 삼진정밀이 첫 제품 ‘제수밸브’를 막 내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당시 정 사장이 가진 것이라고는 사업자금 1500만원에 임대사무실 하나와 5년된 중고차가 전부였다. 부친인 정종익 현 삼진정밀 명예회장(80)이 플라스틱 사출업체인 진영기업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도와줄 형편이 아니었다. 부친은 고무 폐기물을 모은 후 이를 녹여서 수도계량기 보호함 등을 만드는 사업을 했다. 정 사장은 “아버지 사업은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어서 도움을 바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맨손으로 시작했고 낮에는 영업, 밤에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로부터 20년 만인 2011년. 직원 한 명과 함께 시작한 삼진정밀은 계열사인 삼진코리아(플라스틱 재생업체)와 오일·가스 및 석유화학용 볼밸브 전문생산업체인 삼진JMC를 포함, 전 직원 180명에 매출 700억원을 올리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우뚝섰다. 지난해 매출은 750억원으로 국내 업계 1위다.

정 사장의 원래 꿈은 사업이 아니었다. 그는 경영학 교수가 되고 싶었다. 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원(석사)도 졸업했고, 시간강사로 대학에 출강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8년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간병을 위해 대전에 내려와야 했고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된다.

모친 간병 후 박사 과정을 밟을 생각이었던 정 사장은 3년 동안 부친의 일(플라스틱 사출)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수도에 관련한 지식을 쌓았고 인맥도 형성했다. 그때 만난 한 명이 스치듯이 말했다. ‘물을 제대로 제어하는 밸브만 개발하면 대박을 낼 수 있을텐데…’. 그가 밸브 사업에 뛰어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1991년 정 사장은 부친 밑에서 배운 플라스틱 사출기술을 기반으로 삼진정밀을 설립했다. 그는 창업 초기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댐에서부터 상하수도, 가정용 급수까지 물이 흐르는 곳에 쓰이는 밸브는 삼진정밀이 최고라는 일념으로 매달렸다.

그렇게 매달린 지 10년. 2001년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3년 뒤인 2004년, 200억원을 돌파했다. 정 사장은 여세를 몰아 2005년에는 재생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환경업체인 삼진코리아를, 2008년엔 오일·가스 및 석유화학용 볼밸브 전문업체인 삼진JMC를 잇달아 설립했다.

삼진JMC는 중동지역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해외 유학 후 화학 관련 외국계회사에 입사 예정이던 동생 정호영 씨(42·삼진JMC 상무)를 불러 회사를 맡겼다. 이렇게 삼진정밀은 형이 내수를, 동생이 수출을 담당하는 체계를 완성했다.

물론 파죽지세로 성장만 계속한 것은 아니다. 2008년 잠시 사업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에 휩싸이던 때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 수출기업을 설립한 탓이다. 삼진JMC의 첫해 매출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역시 기댈 곳은 기술뿐이었다. 삼진JMC는 유전에 사용되는 고압용 볼밸브와 고온에 사용되는 메탈시트 볼밸브를 잇달아 개발하면서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동남아와 중동지역 10개국에 15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정 사장은 최근 KAIST 및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과 제휴를 맺고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 사업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정 사장은 “국내 최초의 다국적 밸브기업을 넘어서 2018년까지 관련 업계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기 위해 180명의 직원들이 해마다 특허출원을 10건 이상 하는 등 땀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100만분의 1㎜…정밀도 요구하는 밸브

삼진JMC가 생산, 수출하는 산업용 밸브는 100만분의 1㎜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주로 가스와 기름을 생산하는 곳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단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산업용 밸브는 ‘볼밸브’ 형태다. 공 모양의 볼을 회전하며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기 때문에 다른 밸브보다 개폐 작동이 빠르다.

이런 장점으로 이 회사의 밸브는 산유국인 중동국가에서 인기가 높다. 중동 진출은 주로 건설회사의 대형 플랜트 수주를 통해 이뤄진다. 정태희 사장은 “밸브제품의 사이즈가 12㎜ 구경부터 48인치 초대형까지 다양하다”며 “수출 150억원 중 100억원을 중동에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동남아와 미국, 캐나다로 수출된다.

삼진JMC의 볼밸브는 최근 나로호 3차 발사 프로젝트에 납품되기도 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정태희 사장은

△1958년 충남 태안 출생 △대전 대성고,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2002년 신기술실용화 대통령 표창 △2004년 신기술실용화 유공 산업포장(대통령) △2006년 발명의 날 대통령 단체표창 △2010년 벤처기업 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 △2011년 모범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2년 대전상공회의소 감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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