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희망가 "强風 문제없죠…수출 바람만 불어준다면"

입력 2013-01-03 17:23   수정 2013-01-04 01:37

지상 50m 초속12m 강풍속 크레인 기사 이도균 씨,
컨테이너와 10시간 '씨름'…"경기 살아나는게 새해 소원"



“수출 물량을 실어나르니 절로 흥이 나고 수출전사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더. 일감만 있으면 강추위가 몰아치고 바람이 세게 불어도 견딜 만하다 아임니꺼.”

3일 오전 부산 감만동 북항의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2번 선석. 지상 50m 상공의 컨테이너 크레인 운전실에서 장비기사 이도균 씨(39·사진)가 아래쪽 부두 안벽 선박을 바라보면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중국과 태국 등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실은 1000여개 컨테이너를 부두에 정박한 일본 선적의 2000TEU(6m짜리 컨테이너)급 ‘몰 시브리저호’ 선창에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는 “풍속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빠른 초당 12m여서 사람이 서 있지 못할 정도”라며 “크레인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아파트 14층 높이 상공에서 60m 길이의 레일을 오가며 컨테이너를 화물창고에 옮겨 싣는 작업도 쉽지 않은데 이날은 이번 겨울 들어 기온이 가장 떨어진 혹한의 날씨여서 그는 초긴장 상태다. 며칠째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이 기사는 “물량만 있다면 이 정도 날씨쯤은 아무 문제 없심다”며 힘주어 말했다. ‘몰 시브리저호’ 선적 작업은 컴컴한 이날 오전 4시부터 시작됐다. 10시간여 화물과의 사투를 벌인 배는 오후 3시께 자동차부품과 전자제품 등 수출용 화물을 옮겨 실은 뒤 이 기사의 희망을 넘겨받고서 부산항을 힘차게 떠났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한 암울한 경기 전망은 딴세계 같은 고공 크레인에 앉아서도 피부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기사의 표정은 밝았다. 새 정부, 2013년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컨테이너 115만TEU를 처리해 2011년(124만TEU)보다 7.3% 정도 줄었다”면서도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를 도약시켜 부두에 화물들을 꽉꽉 채울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작년 사상최대 물동량…"연초부터 일감 더 늘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최일선에 있는 외화벌이 수출전사 아닙니꺼. 오늘처럼 수출 물량이 많고, 선박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힘이 절로 솟습니다.”

한국의 항만 인프라가 아직은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이 기사는 “세계 경기 위축 속에서도 중국 일본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이 대형 항만을 만들어 수출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컨테이너 처리량 5위인 부산항이 부두 건설 등 항만 인프라를 빨리 마무리하고 북항과 신항의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의 최전선에 서 있다 보니 물동량 처리에 대한 국가적 전략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는 “부산항의 최대 경쟁 항만인 중국은 아직까지 노동력을 많이 써 기사들의 기동력이 한국만 못하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 등으로 향하는 철도와 공항을 해운과 연계시켜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올해 부산항을 통한 전체 수출입 물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항만공사와 동료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산항의 물량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항만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우리 국력도 커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부산항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700만TEU의 물량을 처리했다. 2008년까지 증가일로이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주춤하다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은 1800만TEU가 목표로 잡혀 있다.

부산항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지난해부터 부산 북항의 물동량이 신항으로 빠져 나가면서 북항 운영회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터미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업체 간 컨테이너 처리 비용에서 과당 경쟁을 유발해 서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업체 간 협력체제를 구축해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사의 새해 희망은 소박했다. 그는 “지난해 이웃 북항 운영회사들이 어려워지면서 명예퇴직을 한 곳이 많아 항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게 사실”이라며 “여덟살짜리 딸 수아, 네살짜리 아들 수환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일자리를 지키고, 경제가 회복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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