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를 ‘3F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3F란 가상(Fiction), 감성(Feeling), 여성(Female)을 뜻한다. 강인한 힘과 통솔력, 권위주의, 상명하복의 문화 등으로 대변되던 남성 리더십의 시대가 가고 부드러움, 포용력, 모성애, 배려와 공감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 우리나라도 여성 지도자의 시대를 맞았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신라의 진성여왕 이후 1000년 넘어 탄생한 한반도의 첫 여성 통치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미 많은 여성이 전 세계 정·재계를 주름잡고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 왜 여성 리더십인가
‘하드파워’로 대변되던 남성 리더십 대신 ‘소프트파워’로 표현할 수 있는 여성 리더십이 주목 받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는 평가다. 여성 리더십의 핵심은 ‘상생’과 ‘화해’다. 남성 리더십은 흔히 명령과 통제, 권위와 복종에 기반한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기존 리더십에 익숙한 남성과 달리 여성은 사람 간의 관계, 배려, 포용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 대처법도 다르다. 위기가 닥치면 남성 리더는 강인함을 내세운다. 반면 여성들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럽다. 수직적 소통관계와 억압, 권력투쟁이 필연적인 남성 리더십과 달리 여성 리더십은 수평적 소통과 이해, 공감이 핵심이다. 산업혁명, 제조업,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전통 산업에 비해 창의 및 감성적이고 협업을 중시하는 정보기술(IT) 사회에서 여성 특유의 온화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큰 장점이다. 인류가 개발할 수 있는 마지막 자원이 여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 시대에 잠재력이 큰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메르켈·라가르드 '우먼 파워'
주요 글로벌 여성 리더로는 누가 있을까.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장 먼저 꼽힌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1위 자리를 한 차례 내준 것 말고는 6년간 줄곧 1위를 지켰다. 메르켈에게는 ‘최초’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동독 출신 첫 총리, 독일 최초의 과학자 출신 총리다.
미국 국무장관직 퇴임을 앞두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대선 주자로 거론될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와 경합했으나 패했다. 클린턴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2년 연속 2위에 올랐다.
재무장관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여성 리더십의 본보기로 꼽힌다. 세계은행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IMF 총재 자리에 여성이 앉은 것은 라가르드가 최초다.
#여성 CEO 눈부신 활약
여성들이 정계에서만 글로벌 리더로 이름을 날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천이 해마다 발표하는 ‘미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의 비율은 2000년 0.6%(3명)에서 지난해 4%(20명)로 높아졌다. 이들 대다수는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을 통해 CEO가 됐다. 과거 여성을 CEO로 둔 기업은 화장품·식료품 부문에 국한됐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해졌다.
미국 IT 업계는 여성 CEO 3인방이 주름잡고 있다. 휴렛팩커드(HP)의 멕 휘트먼,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제록스의 우르술라 번스다. 미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된 여성이 휘트먼이다. 그는 개인용 컴퓨터(PC) 시장 부진으로 경영난에 처한 HP가 1년 사이 두 CEO를 물갈이한 끝에 낙점됐다. HP와 경쟁관계에 있는 IBM도 올해 초 로메티를 첫 여성 CEO로 임명했다. 로메티는 지난해 9월 의사회 의장으로도 선출돼 CEO·사장·의장을 겸하게 됐다. 흑인 여성 번스는 ‘뉴욕 빈민가의 싱글맘 밑에서 태어나 인턴으로 들어간 첫 직장에서 30년 만에 CEO까지 오른 신화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7월 야후 CEO로 등극한 마리사 마이어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출산 후 2주 만에 직장으로 복귀해 주목받았다.자동차 업계에서도 알파걸의 활약은 눈부시다. 대표적 인물로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의 차기 CEO로 급부상하고 있는 메리 바라 부사장을 꼽을 수 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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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인도엔 여성 지도자가 왜 많을까?
중남미와 인도에 여성 지도자가 유독 많은 것은 우연일까. 남미대륙의 ‘양대 여성지도자’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들 수 있다.
호세프는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 시절 에너지 장관과 수석 장관(우리의 국무총리격)을 역임했다. 2010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변호사와 교사였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호세프는 부족함 없이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사회주의에 심취했고, 1960년대 반(反) 군사독재 조직에 참여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정치생활은 시작됐다. 호세프는 대통령 취임 후 과감한 정치개혁과 경제정책을 단행해 ‘브라질의 대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시의원과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세계 최초의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그는 집권 이후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아르헨티나를 경기침체의 늪에서 끌어내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호소력 있는 언변과 친화력이 트레이드 마크다. ‘아르헨티나의 힐러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그에게는 강한 카리스마도 있다. 결혼 후에도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아 독립심 강한 여성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인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지난해 7월 말 퇴임한 프라티바 파틸은 온화한 리더로 유명하다. 인도는 의원 내각제를 택하고 있어 대통령 권한이 그리 크지 않지만, 파틸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로 꼽힐 만큼 정치 경력이 화려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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