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리에게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국가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는 본능을 심어줬다.”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1759년에 쓴 ‘도덕감정론’의 한 대목이다. 스미스는 “탐욕은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규정했다. 자본주의는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에 의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한 2013 미국경제학회 연례 총회는 스미스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신경경제학자인 폴 잭 클레어몬트대학원 경제학 교수(사진)는 ‘신뢰의 신경경제학’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10여년의 실험과 연구를 통해 여성이 아이를 낳거나 모유를 수유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인간의 도덕성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잭 교수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결혼식과 같이 타인과의 따뜻한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더 많이 분비된다. 포옹, 키스 같은 행동을 할 때도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는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행동 없이 단지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 만으로도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잭 교수 연구팀은 서로 알지 못하는 A와 B, 두 사람에게 10달러씩 돈을 준 후 A가 받은 돈의 일부를 B에게 주면 그 돈이 세 배가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B가 A 덕분에 번 돈의 일부를 A에게 돌려주는지 관찰했다. 실험결과 B 역할을 맡은 참가자의 95%가 A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돌려줬다. A에게 받은 돈이 많을수록 옥시토신 분비량도 많아졌고 돌려주는 금액도 늘어났다. 두 사람 간 신뢰가 생긴 때문이다.
잭 교수는 이 같은 신뢰의 선순환이 기업이나 사회 전체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뢰가 많이 형성된 사회일수록 더 활발한 상거래가 일어나고 이는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경제학회 연례 총회는 매년 1월 초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리는 경제학계 최대 행사다. 지난해는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금융과 좋은 사회’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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