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언빌리버블!"
1월3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천기누설 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에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돌아온 할리우드 영화감독 라나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남매가 생애 처음으로 토크쇼에 출연했다. 함께 영화를 만든 '향수'의 톰 티크베어와 주연 배우 배두나도 깜짝 손님으로 등장했다.
사실 그들의 출연은 워쇼스키 남매에게도, '무릎팍도사'에게도 도전이었다. '무릎팍도사 최초 외국인 게스트 vs 생애 최초 토크쇼 출연'은 유쾌하고도 훈훈하게 진행됐다.
여느 때처럼 강호동과 유세윤, 광희의 패기 넘치는 오프닝에 워쇼스키 남매는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당황한 것 같기도 했지만 김치처럼 스파이시한 강호동의 '언빌리버블' 표정까지 깨알 따라하며 개그를 잘 받아쳤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줬던 거장들의 어린 시절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시카고에서 자란 워쇼스키 남매는 10대였을 때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를 읽고 일본 만화 '스피드 레이서'와 '울트라 맨'을 즐겨보는 등 어릴 때부터 아시아 문화와 꽤 가깝게 자랐다.
라나에게 '동양과 서양의 가장 흥미로운 차이점'은 서구문화는 단순화하길 좋아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을 원하는 반면, 동양은 이야기의 구조보다는 도덕적 교훈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그런 영향일까? 그들의 영화 곳곳에는 '동양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며 영화 깊숙한 부분에는 철학적인 면이 녹아 있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그들은 결국 대학교를 자퇴한다. "예술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술 활동을 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후 목수 일을 시작, "아직까지도 튼튼하게 서 있다"는 부모님의 집을 만든다. 이 일을 마지막으로 5년 간의 목수 일을 끝내고 각본가가 되려고 결심, 대본을 써서 돈을 못 벌면 굶을 각오까지 했다고. 결국 워쇼스키 남매는 그 집을 다 지어갈 무렵에 첫 대본 '어쌔신'을 팔았다.
그리고 1999년, 세상을 뒤흔든 영화 '매트릭스'가 세상에 나온다. 1편만 약 4억 6천만 달러(한화 약 5천억 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고 이후 리로디드, 레볼루션까지 '매트릭스' 시리즈의 총 수입은 약 2조에 이른다.
이 엄청난 영화는 100대가 넘는 카메라들로 촬영을 해 360도 회전하면서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촬영 기법 등으로 그야말로 영상계에 혁명을 가지고 왔다. 라나 역시 "이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형이 누나가 됐다? 래리→라나 워쇼스키의 성전환 심경
워쇼스키 남매는 '시카고 도사'로 변신해 강호동 흉내를 내는가 하면 '강호동vs앤디'의 팔씨름 대결에서는 라나가 앤디에 힘을 싣는 팀 워크(?)를 보여주며 우애를 과시했다.
앤디는 라나에 대해 "굉장히 사랑스럽고 또한 훌륭한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누구나 원하는 멋진 누나이면서도 굉장히 똑똑하다"고 했고 라나 역시 "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누나다. (앤디는) 굉장히 재밌고 강하고 똑똑하고 제겐 최고의 친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빨간 드레스 헤어로 염색한 '여자' 라나 워쇼스키는 익히 알려졌듯 '남자' 래리 워쇼스키였다.
이에 대해 라나는 "어렸을 적에 내 성적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많이 괴로워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내가 남자에서 여자가 된다면 영화감독, 각본가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성 소수자가 되기 때문이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털어놨다.
특히 우울한 10대를 보내고 결국 자살을 결심했던 라나는 긴 유서를 쓰고 사람이 없는 기차역에 가 기차에 뛰어들려고 했다고. 하지만 갑자기 할머니와 비슷한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그를 계속해서 쳐다봤고 그 사람 앞에서 자살 할 수 없었다고 자살을 결심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그 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분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있다. 혼자였으면 뛰어내렸을 거다"고 덧붙이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동생 앤디 워쇼스키 역시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누나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건 미친 생각이다. 누나는 똑같은 사람이다. 단지 좀 더 편해졌을 뿐이다. 더 이상 내면과 외모의 갈등이 없기 때문이다. 누나는 지금 더 행복하다. 그래서 나도 지금 더 행복하다"며 서로의 어깨에 기댔다. (사진출처: w스타뉴스 DB, MBC '무릎팍도사'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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