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운데 누가 밖에 나오겠어요. 가뜩이나 불경기인데 날씨까지 안 도와주네요.”
27년 만의 강추위가 한반도를 덮치자 서울 명동 상인들의 얼굴도 차갑게 얼어 있었다. 지난 6일 명동 길거리에서 가방·장갑 등을 파는 노점상인 김순옥 씨(58)는 “작년 이맘때는 중국·일본인 손님도 많았는데 올해는 그마저 뚝 끊겼다”며 “아예 장사를 접고 쉬는 상점도 많다”고 말했다.
영하 15도 이상의 강추위가 계속된 지난주 전통시장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꽁꽁 얼어 붙었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평소보다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시가 “난방중 문을 열고 영업하는 매장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탓인지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고 있어 거리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 백화점 여성 패션매장에서 만난 주부 이현경 씨는 “이번주부터 세일하는 브랜드가 많다고 해서 백화점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놀랐다”며 “20% 세일한다고 붙여 놓은 매장에서 40% 할인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새해 첫 세일을 연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주말(4~6일) 매출 신장률(기존점 기준)은 각각 1.6%, 6.3%, 0.3%로 저조한 편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기온이 떨어지면 방한의류 등의 매출이 늘어나지만 워낙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아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말이면 주차할 곳이 부족할 정도로 북적이던 서울 상암동 홈플러스 매장도 평소보다 한산했다. 바로 옆에 있는 상암CGV 영화관 창구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예매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이 적었다. 상암CGV 창구 직원은 “강추위 때문에 오전이나 심야 타임에 극장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추위가 풀리는 오후에 손님이 집중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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