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에 업무보고 앞둔 정부부처…'박근혜 스타일' 열공 중

입력 2013-01-07 17:05   수정 2013-01-08 04:53

인수위에 업무보고 앞둔 정부부처

공약 외우는건 기본 후보시절 발언록 모아 공부
조직개편 맞물린 부처 긴장
"보고서는 2장 이내로" 간명·호흡 짧은 문장 선호




“보고서는 두 장 이내로. 핵심을 간명하게 설명하는 짧은 문장 선호.”

다음달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부처에 ‘박근혜 스타일’에 대한 ‘열공’ 바람이 불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업무보고를 앞두고 당선인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약 숙지는 기본

세종시 정부청사에 있는 기획재정부 간부들의 책상에는 거의 예외없이 박근혜 당선인의 선거공약집이 놓여 있다. 일부에선 선거공약집이 품절되면서 새누리당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전자문서를 컬러프린터로 인쇄한 뒤 담당 분야별 공약을 별도로 체크,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공약 내용에 대한 숙지는 기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공약은 정권의 기조를 보여주는 방향일 뿐 구체적인 정책은 공무원들의 손에서 나온다”며 “공약의 바탕을 잘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약 내용뿐만 아니라 박 당선인이 업무보고를 받는 스타일과 어떤 형식의 보고서를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빼놓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인사권을 갖고 있는 차기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새 정부의 기조를 파악하고 당선인의 관심과 역점 과제를 미리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보고는 인수위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면 준비해야겠지만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현안 정리 등 기본 설계는 미리 해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재정부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들은 정부조직 개편까지 맞물려 있어 긴장감이 높다.

○보고 스타일까지 연구

지난해 말 대선 기간 새누리당 선거캠프 안팎에서는 ‘후보에게 올리는 보고서는 두 장 이내로’라는 규칙이 있었다. 선거 운동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박 당선인 스스로 웬만한 현안은 꿰뚫고 있어 핵심을 추려서 짧게 보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각 부처에서 청와대에 올리는 보고서의 형식과 내용은 많이 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모든 보고서는 한 장으로 쉽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어려운 용어는 금물. 반면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그런 ‘제한’이 모두 사라졌다. 어려운 전문용어도 보충설명 자료까지 추가해 상세하게 작성했다.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대통령의 스타일에 맞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거대담론과 학문적 용어들이 거침없이 쓰였다. 특히 사회 변화를 위한 밑그림이나 구조개혁이 강조되면서 ‘로드맵’이라는 표현이 단골로 등장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이 비즈니스맨 출신답게 현장 중심의 빠른 해결책을 강조한 결과다. 보고서에서도 로드맵 대신 ‘액션플랜’과 같은 용어가 사용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생필품 목록 50개를 작성해 직접 가격 관리를 지시한 것도 구체성을 따지는 본인의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장황하고 긴 보고서 대신 핵심을 간추린 짧은 보고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은 “구두보고 때도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기보다는 핵심을 간결하게 알맹이 위주로 보고하는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전했다.

공직생활을 한 지 30년 가까이 된 한 국장급 간부는 “대통령 중심제하에서는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해야 최종적으로 정책이 입안된다”며 “대통령이 어떤 보고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는 실무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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