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와 디젤차의 인기로 요약된다. 연간 13만 대가 팔리면서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 또 사상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0% 벽을 돌파했다.
독일차 4인방(BMW·벤츠·폭스바겐·아우디)의 파상 공세는 거셌다. 13만 대 판매대수 중 8만3500여대가 독일차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중형 세단 캠리를 앞세운 도요타자동차의 약진도 돋보였다. 캠리는 독일차의 독주에 나홀로 고군분투했다.
다만 잘 팔리는 일부 차종에만 고객이 몰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됐다. 푸조, 닛산, 인피니티 등 일부 브랜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012년 수입차 시장이 커진 배경을 정리해 봤다.
◆520·캠리·벤츠 E300, ‘금·은·동’ 차지
2012년 수입차 시장은 BMW 520d, 도요타 캠리, 벤츠 E300 3개 차종은 15% 비중을 차지할 만큼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2011년 2위였던 520d는 지난해 판매 1위에 첫 등극했다. 새해 첫 날 가수 비(정지훈)와 배우 김태희 열애설로 화제가 된 캠리는 총 7511대(하이브리드 포함)가 팔려 전년도 9위에서 2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2011년 베스트셀링카 벤츠 E300(5574대)은 3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약 450가지 수입차 모델 중 상위 10개 모델이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잘 팔리는 일부 차종에 소비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며 “일부 차종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배기량 2000cc급 디젤, 3000만~6000만 원대’ 대세
지난해 수입차 판매 10위 내 디젤차는 총 6개 차종이 이름을 올렸다. 2011년 35.2%(3만6931대)였던 디젤차는 50.9%(6만6671대)로 늘어났다. 디젤차가 시장 확대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배기량 2000cc 미만 차종도 7개나 된다. 2000㏄ 미만 비중이 2011년(42.2%)보다 7%포인트 이상 높아진 49.4%를 기록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 효과와 더불어 중소형차·디젤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별로 보면 4000만 원대 수입차가 3만1091대(23.8%)로 가장 많이 팔렸다. 그 다음은 6000만 원대(2만9271대, 22.4%), 3000만 원대(2만8564대, 21.8%), 5000만 원대(1만5582대, 11.9%) 순이다. 3000만~6000만 원대 모델이 전체 80%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차 쏘나타에서 폭스바겐 CC로 자가용을 바꾼 30대 직장인 김민성 씨는 수입차를 선택한 이유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을 꼽았다. 그는 “최근 수입차 성장에는 가격도 한몫 거든 것 같다” 며 “실제로 수입차 오너가 되보니 가격 대비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밝혔다.
◆국산차업계, 수입차에 안방 10% 내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승용·RV 차종은 지난해 총 130만6749대가 팔렸다. 이중 수입차는 13만858대가 팔려 전체 10.01%를 기록했다. 수입차 점유율이 10% 수준을 넘은 것은 1987년 수입 개방 이후 처음이다.
수입차 판매 확대 배경에는 30대 젊은층의 구매 비중이 늘어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개인 소비자에게 팔린 수입차 6만9578대 중 40세 미만의 구매 비중은 46.3%(3만2221대)로 2011년(42.1%)보다 8190대 증가했다.
수입차가 현대·기아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렸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현상. 한국GM의 내수판매(13만1794대, 승용·RV 기준)를 넘어섰다. 르노삼성(5만9926대)과 쌍용차(4만7700대) 두 회사를 합쳐도 수입차보다 적게 팔렸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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