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이 8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조인식을 갖고 나이키와 3년 후원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다음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의 PGA웨스트 파머코스에서 개막하는 휴매너챌린지부터 나이키클럽을 들고 시즌을 시작한다. 드라이버부터 페어웨이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 볼까지 모든 용품을 나이키 제품으로 교체했고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모자, 의류, 신발도 착용한다. 한꺼번에 전 클럽을 바꾸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르는 모험으로 여겨진다.
노승열은 “오랫동안 사용해온 클럽(타이틀리스트)을 바꾸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코스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트랙맨 등 기계적인 데이터로 검증했더니 수치가 잘 나오고 느낌도 좋아 새로운 클럽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사용하는 ‘VR_S 코버트 투어 드라이버’는 주로 아이언에 들어가던 ‘캐비티백’(헤드 뒷면이 움푹 파임)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그는 “드라이버는 볼의 종류에 따라 스핀양과 비거리가 달라진다. 거리보다는 스핀양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예전에 쓰던 드라이버는 론치각(임팩트 직후 볼이 떠오르는 각도)이 낮으면서 캐리(볼이 날아가는 거리)가 짧았는데 론치각을 높이고 스핀양을 낮추면서 캐리가 7~8야드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PGA투어에서 300.4야드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랭킹 19위에 오른 장타자다.
“아이언도 기존의 로프트와 똑같이 제작해 거의 차이가 없어요. 모든 클럽이 다 잘 맞지만 특히 3번 우드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클럽을 자주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예요. 60도 웨지를 많이 바꾸는데 그건 자주 사용하다보니 닳아서 그렇죠.”
교체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것으로는 볼을 꼽았다. 나이키 볼은 코어(중심) 소재로 일반적인 고무 대신 열가소성 수지 레진을 적용한 ‘20XI(투엔티엑스아이)’다. 10년 넘게 나이키 후원 선수로 활약해온 타이거 우즈(미국)도 아직까지 이 볼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검증이 덜 된 제품이다. 노승열은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 가지 볼(타이틀리스트)만을 사용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데이터나 느낌이 나쁘지 않아 교체를 결정했다”며 “볼도 몇 가지 종류가 있어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 쓰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에서는 “빨간색과 노란색을 좋아해 마지막날 이 색상의 옷을 입겠다”고 했다.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같은 소속사가 된 것에 대해 “매킬로이와는 오랫동안 소속사가 같았고 우즈와는 같은 코치(션 폴리)를 두고 있어 전부터 같은 소속사였다는 느낌”이라며 “올해 나이키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는데 거기에 합류해 영광스럽다”고 했다.
노승열은 “올 시즌 PGA투어 우승과 월드랭킹 30위 진입, 프레지던츠컵 출전 등 3가지를 큰 목표로 잡았는데 2승을 하면 프레지던츠컵 출전 및 랭킹 30위 진입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며 “우승한 지 오래돼 우승의 느낌을 잃어버렸지만 올해 2승 달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미 PGA투어닷컴에서 올해 주목할 선수 60위에 뽑힌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상금랭킹 49위를 했는데 60위로 뽑아 좀 섭섭했다. 2승을 올려 내년에는 더 좋은 순위에 뽑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과 잘 맞는 대회로는 AT&T내셔널(콩그레셔널CC)과 웰스파고챔피언십(퀘일할로클럽)을 꼽았다.
“제가 드로구질을 좋아하는데 이 코스들은 왼쪽으로 미스샷이 나도 페널티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지난해 이 대회 성적이 좋았죠. 세계적인 선수들도 많이 출전해 가장 우승 욕심이 나는 대회입니다.”
그는 특히 “지난해 AT&T내셔널에서 3라운드 직후 우즈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여서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놓쳐서 가장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에서 우즈는 우승하고 노승열은 4타 뒤진 공동 4위를 했다.
그는 “나이가 비슷한 리키 파울러, 이시카와 료, 매킬로이 등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너무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했으나 앞으로는 스마트한 공략으로 바꿔 냉정한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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