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료들의 갑작스런 정책 세일즈, 추하지 않은가

입력 2013-01-08 17:06   수정 2013-01-08 21:27

지식경제부가 어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조직을 슬림화하고 원전 정비 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원전산업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부처별로 중복된 기술규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규제개혁 컨트롤타워 설치 방안도 내놓았다. 지경부는 지난 달에는 세계 5위 바이오화학 강국 달성을 목표로 2500억원을 지원하는 바이오화학 육성전략을 발표했고 앞으로 6년간 3338억원을 투자하는 센서산업 발전전략도 내놨었다. 한국의 대표적 전시행정 부처답게 정권 말기에 대형 프로젝트나 사업들을 쏟아내는 저력이 실로 무서울 정도다.

물론 다른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는 어제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코레일이 갖고있던 철도관제권을 환수해 철도시설공단에 위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도 5년 뒤 제약산업 7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육성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11일부터 시작할 업무보고에 앞서 각 부처들이 내놓은 새로운 사업 구상들이다. 특히 개발경제 시대가 끝나면서 부처의 존립 이유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부처들일수록 청사진이 더욱 요란하다.

이런 구상은 물론 해당 사업들을 자신의 조직에서 계속 관장하겠다는 ‘밥그릇’ 의지를 담은 것이다. 새 정부 국가 운영의 기본 틀도 나오기 전에 새로운 사업을 잇달아 발표하고 저요, 저요! 식으로 당선인에게 잘보이려는 발상과 변신이 실로 눈부시다. 더구나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이후 정부 입법만 39건이었다. 지난 5년간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정권 교체기에 관료집단의 잇속만 챙기려는 계산이라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인수위다. 관료 집단의 인수위 포획이 우려된다. 잦은 정권 교체 아래서 관료는 국가경영의 안전판이다. 묵묵하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것일 뿐 나요, 나요!를 외칠 일은 아니다. 자존심도 없어졌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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