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제여야 할 인수위가 왜 이렇게 싸늘한가

입력 2013-01-08 17:08   수정 2013-01-08 21:27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너무 조용하다. 입조심, 말조심에 철통보안이 살벌하다. 인수위가 무엇을 결정할지, 아니 결정이 되기나 할지 걱정이 앞선다. 지식의 통합은 없고, 토론은 생략되며, 결국 닳고 닳은 관료들이 제안하는 방안대로 새 정부 밑그림이 그려질 게 뻔하다. 지식은 차단되고 소통은 부재요 인수위 내부의 토론도 겉돌 것이 예상된다.

물론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는 인수위라면 금물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경고성 당부를 했던 뜻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곳이고,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곳이며, 그래서 국민의 기대와 여망을 담아내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싸늘하다. 인수위원들도 윗분의 눈치를 보며 외부와는 아예 담을 쌓고 있다.

기존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나 공약을 정책화하는 것이나 이 과정은 국민의 의견을 모아가는 고도의 통합과정이라야 한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제기되며, 때로는 다소의 뒤죽박죽과 혼선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합의가 안 된 말이 새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진지한 합의를 볼 수 없는 침묵하고 복종하는 조직을 만들어 내고 만다. 인수위는 “착하게 살자”는 슬로건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정부 개편 등 고도의 복잡한 일을 다룬다. 그런데 지식의 차단 속에서 무슨 최선의 정책이 만들어 질 것인가. 결국 비선(秘線)이 움직이고 결정은 다른 곳에서 만들어져 하달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아름답지도 효과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더구나 공약 중에는 너무 소활해서 아직 정책이라고 볼 수 없는 설익은 내용들이 많다.

더욱이 인수위원끼리 얼굴도 모르는 판이다. 무서워 말도 못 꺼내고 토론마저 없고, 여기에 외부 전문가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면 그 결과는 실망뿐이다. 물론 아니면 말고 식 언론 보도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된장은 된장, 구더기는 구더기다. 인수위가 겉돌면 결국 당선인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당선인이 일일이 결재해야 할 일이 쌓이는 것은 정권의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권력 인수과정은 국민들에게는 새 정부를 맞는 즐거운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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