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서울 신촌에는 '독수리다방' '논지당' '복지다방' 등 명물 카페들이 즐비했다. 커피, 맥주, 칵테일 등 돈이 되는 건 다 팔던 이들은 '술집'도 아니고 '커피집'도 아니었다.
2000년대 초 스타벅스 등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신촌에 상륙하자 설 자리를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풍파 속에 40년간 신촌 거리를 사수한 커피집이 있다. 커피전문점 '미네르바'다. 이곳의 커피 한잔 가격은 5500~6000원. 대형 커피전문점 중 가장 비싸다는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한잔 이 4300원보다도 높다.
대형 유통망을 가진 브랜드 커피전문점 틈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8일 현인석 미네르바 사장(50·사진)을 만났다.
◆ '모래시계'가 일러주는 최고의 커피 맛
"'고집'이 지금의 미네르바를 만들었습니다."
미네르바는 1975년 문을 열었다. 올해로 39년차 커피전문점이다. 현 사장이 미네르바를 인수한 건 2000년. 1998년 당시 'IMF사태'를 맞으면서 대기업 스포츠용품 계열회사를 나와 이곳 사장이 됐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미네르바가 커피를 만드는 방식. 현 사장은 1975년부터 창업주가 고수하던 방식을 이어받았다. '사이펀(siphon)' 방식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대부분은 원두 위에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지만 '사이펀'에선 반대다. 압력을 이용해 끓는 물을 원두 쪽으로 올렸다가 다시 아래로 내린다. 이렇게 하면 미세입자까지 걸려져 커피맛이 깔끔해진다.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현 사장은 '맛의 차별화'를 위해 이 방식을 고집한다.
'모래시계'도 동원한다. 물이 커피가루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할 때 모래시계를 놓고 정확히 1분을 재는 것. 모래시계가 가장 맛있는 커피의 '시간'을 잡아낸다.
◆ 스타벅스엔 없는 '추억', 커피잔에 담았더니
미네르바만의 맛을 잊지못한 '단골'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고 있다.
현 사장은 "40년간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단골이 돼 다시 찾는다" 며 "단골들이야말로 미네르바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에 골인한 '대학교 캠퍼스 커플'이 같은 대학에 입학한 아들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고.
추억을 찾으려는 중년의 남녀만 미네르바를 찾는 것은 아니다. 이날 10개 중 9개의 테이블에 가득 찬 손님들은 대학생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으려는 '디지털 세대'도 미네르바의 단골이 된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커피전문점 탓에 최근 매장 운영이 부쩍 힘에 부친다. 재료비,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원가 인상분을 커피값에 전부 반영할 수도 없다. 2000년대 초·중반 커피 한 잔을 팔면 50% 정도 이익이 남았지만 지금은 10~20%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현 사장은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정성들인 커피를 맛보이고 싶다. '할인' 카드를 뽑아들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저녁 시간에 비해 발길이 뜸한 낮시간엔 공부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학생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인근 대학들의 시험 기간에 맞춰 커피 값을 깎아주는 방법도 검토중이다.
현 사장은 "당장 문을 닫을만큼 어려운 건 아니지만 서서히 힘에 부치는 건 사실" 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힘이 닿는 대로 대형 커피전문점에 맞서 단골들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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