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기업이 아니라 '인재'를 사는 것

입력 2013-01-10 15:30  

SERI.org - 김지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y0708.kim@samsung.com>

경기 위축…작년 M&A건수 15%↓
덩치 키우기보다 특허·인재 확보 중점…'빅딜'보다 투자위험 적은 스몰딜 선호



세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2010년부터 회복세로 전환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또다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거래건수는 15% 하락했다. 2007년 M&A 활황기의 40% 수준(거래액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침체 속에서도 주목해야 할 M&A 트렌드는 있다.

최근 M&A는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부분적인 자산과 역량 확보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기업들은 M&A를 통해 브랜드, 기술을 취득해 경쟁 역량을 보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허, 인재 등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2011년 구글은 1만7000여개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했다. 인수금액 125억달러 중 55억달러(약 44%)는 특허가치로 추정된다.

대규모 전문인력이나 영입하기 어려운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M&A도 활발하다. 인재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중시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등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위치 기반 서비스업체 핫포테이토, 온라인 파일 공유 서비스업체 드롭닷아이오 등을 인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한 분야에서 비범하게 뛰어난 사람은 어떤 일을 적당히 잘하는 사람보다 100배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적인 판도도 변화하고 있다. 국제 M&A 중 신흥국 기업의 M&A 비중은 2011년 20% 이상이었다. 지난 10년간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전통적으로 인수자 입장이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대량으로 매물을 내놓았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신시장이 생겼지만, 동시에 신흥국 기업들도 인수 경쟁상대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위기이자 기회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은 중국이나 인도 기업에 비해 외국 기업 인수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2011년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M&A 건수는 82건으로 중국의 42%에 불과했다. 또한 2011년 국내 기업의 M&A 중 40% 이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져 지역 다변화가 숙제로 남아 있다.

‘리스크 관리’가 가장 큰 화두로 부각하면서 M&A에서도 단계적 추진이 중시되고 있다. 본격적인 M&A를 하기 전에 지분 출자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후 경기 회복이나 투자 여력 확보 상황에 따라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단하는 방식이다. 또한 하나의 초대형 거래보다는 다수의 소형 거래(스몰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형 거래는 자금 부담이 적어 투자자들의 반대가 상대적으로 적다. 다수의 거래를 통해 M&A 역량을 쌓을 수 있고, 인수 후 통합에 유리한 것도 장점이다.

저성장 시기일수록 기업은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요구되고, 시장에는 저평가된 매물이 나오는 등 기회가 생긴다.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M&A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김지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y0708.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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