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도금·열처리 근로자 15% 부족…내국인은 커녕 외국인마저 못구해

입력 2013-01-10 17:56   수정 2013-01-11 03:56

中企 "이런 '가시' 뽑아주세요" (1) 인력 미스매치

청년백수 32만명…뿌리산업은 쳐다도 안봐
외국인근로자 쿼터…당장 2배 이상 늘려야




인천광역시에 있는 주물업체 A사의 B사장은 요즘 사람을 못 구해 애를 태우고 있다. 주물업종의 특성상 공장을 24시간 돌려야 하는데 연장, 휴일 근무를 할 인력이 모자라서다. 지역신문과 구청 채용센터 등에 구인광고를 내지만 허사다. B사장은 “8시간만 일하게 하겠다는 조건을 붙여도 오는 사람이 없다”며 “외국인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마저 배정인원이 한정돼 있어 간신히 현재 인력으로 납기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새 정부가 가장 빨리 빼줘야 할 손톱밑 가시로 ‘인력난 미스매치’를 꼽고 있다. 한쪽에선 32만명의 청년 실업자(취업활동을 포기한 사람을 합할 경우 110만명)가 넘쳐나지만, 다른 한쪽에선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이 넘쳐나는 상황을 해소해 달라는 요청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24만4689명에 달한다. 이 중 채용공고를 낼 정도로 시급한 인원이 9만명이다. 중소기업계의 인력 부족률, 즉 전체 종사인원 대비 부족 인원 비율은 3.3%다. 현재 인력이 100명이면 3명은 더 보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대기업(1.3%)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왜 중소기업에 인력이 모자랄까.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배경으로 대·중소기업 간 급여 및 복지 격차, 중소기업에 대한 객관적 정보 부족, 외국인노동자 공급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책은 인턴고용지원, R&D인력 지원 등 줄잡아 60여가지. 그런데도 중소기업 인력난 상황은 뚜렷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인력대책으로 대기업의 기술인력 탈취에 대한 제재 강화와 인력공동관리체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 정도로는 고질병 같은 중기 인력난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오상봉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중기 인력문제는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는 바로 개선하고, 중장기 문제는 꾸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제도 개선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외국인 근로자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주물 도금 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10~15%에 달한다. 근로자 수를 지금보다 10%는 더 보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평균(3.3%)의 3~4배 수준이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3D업종으로 분류된 이들 업종에는 국내 취업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가 집중 배치되고 있으나 배정 인원이 적어 이를 늘려 달라는 중소기업계의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노동자 도입 쿼터는 4만9000명. 이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중소기업계 전체 수요(9만9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올해도 5만2000명이 배정돼 있지만 신청 경쟁률은 2.5 대 1을 넘을 예정이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노동자 공급 부족으로 불법 체류자가 늘고, 이들의 임금이 상승해 중소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3D업종에 내국인들이 취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 도입쿼터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보다 쿼터를 두 배로 늘리고, 숙련공에 대해서는 체류기간을 연장해주는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보완적 정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예로 △중소기업행복키움저축제도(중소기업 재직근로자가 가입할 경우 금리우대와 이자소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저축상품) 도입 △고용촉진지원금 지원 강화(고용지원금 지급수준 인상 및 수급요건 완화) △공동 직장보육시설 지원 등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거래관계 개선과 판로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의 사다리’를 탈 수 있는 일관되고 꾸준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수진/김낙훈/김희경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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