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삼각파도를 맞닥뜨린 한국경제 등

입력 2013-01-11 09:22  

[다산 칼럼] 삼각파도를 맞닥뜨린 한국경제

3低·3高에 피로감과 불만 누적…대기업도 안심 못할 어려운 상황
맞춤형 환율정책·실업대책 시급

건강을 위해서는 세 가지 하얀 음식을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흰쌀, 백설탕, 그리고 밀가루다. 성인병을 피하기 위해 삼가야 할 삼백(三白)으로 지칭되는 음식들이다. 음식에 ‘삼백’이 있다면 지금 우리 경제에는 ‘3저’와 ‘3고’의 ‘겹 삼각파도’가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우리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3저의 첫 번째는 저성장이다. 유럽은 여전히 부진하고 미국과 중국도 아직 회복세가 더디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올해는 갓 3% 수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3%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잠재성장률 이하의 저성장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경제에는 피로감과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3저의 둘째는 저금리다. 저금리는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 현상이지만 문제는 이런 저금리가 금융회사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돈 굴리기가 힘들어지면서 은행은 예대마진이 줄고 보험회사는 보험료 운용을 통해 얻는 이차가 줄어든다. 자연히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건전성은 훼손된다. 이로 인해 돈이 돌지 않으면서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저의 셋째는 저환율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재정절벽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가면서 해외자금이 한국 경제로 급속 유입되고 환율하락 속도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급속 진행되고 있다. 이 바람에 많은 기관들의 예측이 새해 벽두부터 빗나가고 있다. 수출과 관광객이 동시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최근의 원화강세는 엔화약세와 맞물려 있어서 일본제품 대비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골칫거리인 ‘3고’의 첫 번째는 고부채이다. 93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물론 당장 모든 가구가 부실화될 정도는 아니지만 이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과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좌절감에 가까운 박탈감을 느끼는 원인이 돼 버렸다. 집(house)을 소유한 사람도 가난(poor)할 정도이니 집이 없어도 가난하고 집이 있어도 가난한 셈이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50%를 넘을 정도이니 객관적인 통계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3고의 둘째는 고실업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식 실업자는 약 70만명으로 실업률은 3%도 안 되지만 취업준비 60여만명, 구직단념 20여만명, 36시간 이하 불완전취업자 40여만명을 감안하면 체감실업은 급격히 증가한다. 실업률 숫자에만 목 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3고의 셋째는 고위험이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도 위험이 크고 기업이 투자행위를 해도 위험이 높다보니 전반적으로 몸사리기가 대세다. 웬만한 투자결정은 뒤로 미뤄진다. 또한 고위험 상황 아래에서 투자에 자신이 없다보니 ‘사자가 풀 뜯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넘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저환율의 3저에 고부채·고실업·고위험의 3고가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힘들어지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 위주의 성장 운운할 때가 아닐 정도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다행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정책 패키지가 준비 중이고 시행될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행복기금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잘 정비해야 한다. 또한 성장률이 2년 연속 잠재수준을 밑도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으므로 출범 초기 추경 등을 통해 상반기에 72%가 풀릴 것으로 보이는 재정에 대해 하반기 고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저환율의 여파가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까지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등을 포함, 다양한 환율정책을 강구할 때이다. 잡셰어링 등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등 중장기적인 고용 방안도 절실하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를 덮치고 있는 3고와 3저의 겹 삼각파도를 이겨내면서 한국 경제가 순항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월 9일자 A34면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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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금으로 먹고사는 국민이 급증한다는 이 현상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던 이명박 정부도 결국 공무원 수를 2만명 이상 증원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은 작년 말 61만5487명으로 5년 전보다 1만773명 늘었다. 지방공무원까지 합치면 총 98만8755명에 이른다. 노무현 정부 시절 4만여명 급증한 공무원 수가 MB정부에서도 2만5600여명 더 늘어난 것이다. 물론 전·의경 대체 인력(6500명)과 치안 인력(1472명) 확충 등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조직 확대의 파킨슨 법칙을 새삼 확인케 하는 수치임은 분명하다.

꼭 필요한 분야라면 당연히 공무원을 충원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한번 늘리면 줄어드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인구 4만5606명인 연천군은 공무원이 585명으로 주민 77명당 1명꼴이다. 반면 수원시는 442명당 1명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공무원 숫자는 행정서비스의 고객인 주민 수와도 무관하다는 말이다. 역대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아예 대대적인 공무원 증원을 예고해놓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경찰 2만명 증원에다, 교사 1인당 학생수 OECD 상위수준 개선 등을 공약한 터다. 공무원 100만명 시대가 목전이다.

세금으로 먹고사는 이른바 조세소득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 공무원이 늘면 인건비 복리후생비 공무원연금 등 경직성 경비가 덩달아 불어난다. 이는 고스란히 세금 부담인 동시에 재정지출 구조를 경직시킨다. 나라가 파탄난 그리스는 노동인구 4명당 1명(85만명)이 공무원이었고, GDP의 53%가 이들의 월급으로 나갔다. 공무원을 늘리면 고용이 개선된다는 바보들의 셈법이 망쳐놓은 결과다. 그리스에선 공무원 인력통계가 100년간 없었듯이 우리나라는 정부의 이전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변변한 통계가 없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2.9%로 프랑스(9.8%)는 물론 일본(3.5%)보다도 낮아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 한 명이 늘면 민간 일자리는 두 개가 사라지는 게 현실세계의 법칙이다. 정부도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일자리는 오로지 기업이 만든다. 조세소득국민을 자꾸 늘리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한국경제신문 1월 8일자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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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신경제학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미국 일본 등 6개국 과학자 3만여명이 모여 2003년에 완성한 인류의 성과물이다. 이를 통해 인간 유전자는 모두 약 2만개에서 2만5000개 정도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다. 그후 10년 동안 학자들은 각 유전자의 기능과 역할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특성이 알려진 유전자는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물론 유전자 탐구는 주로 의학이나 생리학 분야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 인문 사회과학분야 연구에서도 이들 유전자를 활용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통섭’의 저자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생물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을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이라고 명명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치학에서는 얼마 전 미 캘리포니아대의 폴러와 도즈 박사팀이 투표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세로토닌의 분비는 5HTT라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영학에서도 쌍둥이 274명을 조사해보니 유전자 구성이 비슷할수록 리더십 스타일도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경제학 분야에서 이 같은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이나 통계나 계량을 바탕으로 하는 실증 경제학이 현실의 경제를 잘 설명하지 못하면서 유전자 연구에 관련 학자들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경경제학이란 신분야를 태동시키기도 했다. 일종의 아이러니다.

특히 미국 폴 잭 클레어몬트대 교수의 연구가 흥미롭다. 그는 경제활동에서 이기적인 인간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익적으로 협력하게 된다는 경제학의 원칙을 호르몬에서 찾는다. 분만 촉진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작용하면 개인간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도덕성이 만들어지며 신뢰감도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시작된 올해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기조강연을 폴 잭 교수가 맡았다. 경제학계도 연구의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생물학자들도 잘 모르는 유전자와 호르몬의 세계를 경제학이나 정치학, 심리학에서 대놓고 활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을 성싶다. ☞한국경제신문 1월8일자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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