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지나치게 빨라…투자 심리 위축 불러
'엔저'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IT株 하락세
음식료·전기가스株는 상승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대로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서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0.50%(10.13포인트) 하락한 1996.67에 마감, 2000이 다시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IT 흐림…전기가스·음식료 맑음
원화 강세로 타격을 입을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자동차주가 꼽힌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3.01% 하락한 25만8000원, 현대자동차는 1.67% 내린 20만6000원, 기아자동차는 2.19% 떨어진 5만3900원에 마감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화 약세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외국인의 일본 자동차주 매수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화로 결제하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도 약세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1.01% 내린 2만9550원, LG전자는 0.92% 떨어진 7만5100원, 삼성전기는 1.93% 하락한 9만68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전기가스 업종은 원화 강세로 원가가 줄면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전력은 2.59% 오른 3만3650원, 지역난방공사는 1.65% 상승한 7만9900원에 거래됐다.
음식료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롯데제과(3.06%) CJ제일제당(0.92%) 농심(1.56%)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환율 영향 일률적이지 않아
원화 강세는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수입중간재 투입 비용이 감소하면서 매출원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재무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혜주로 꼽힌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원화 강세 상황에서는 수출주가 불리하고 내수주는 유리하지만 최근에는 비가격 요인이 중요해지고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기업들의 매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기업들의 세전이익이 전기가스 업종은 5.9%, 철강 4.2%, 정유 1.4%, 항공 1.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자동차는 0.6%, IT 업종은 2.2% 세전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IT와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수출 경기 회복이 변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심리적 영향을 미쳐 주가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생각만큼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 등이 하락하면서 선진국에서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원화 강세 요인 중 하나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 하락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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