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임상 안거친 '무허가'
해외로 환자 보내 편법 시술
알앤엘바이오 논란 중심에
알앤엘바이오의 해외 원정 줄기세포 시술 논란이 불거지면서 난치병 해결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국내 줄기세포 산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 최초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3개를 내놓으며 이 분야를 선도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이 최근 알앤엘바이오의 해외 원정 시술에 대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외 여론이 악화하면서 보건복지부도 알앤엘바이오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작년 말에 이어 지난 9일 “해외 원정 무허가 줄기세포 시술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대국민 주의보를 내렸다. 복지부는 또 돈가스 업체 사장을 내세워 줄기세포 시술 효능이 좋다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알앤엘바이오를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회사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은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국내에서 합법적인 시술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치료를 원하는 일부 환자를 중국 미국 일본 등으로 데려가 시술을 받도록 알선해 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알앤엘바이오가 매달 500여명의 환자를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의 ‘신주쿠클리닉 하카다원’에서 자가 지방줄기세포 시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논란의 한복판에 선 알앤엘바이오는 현재 관세 포탈, 미국 셀텍스테라퓨틱스와 위장거래 의혹, 줄기세포 밀반출 혐의로 검찰 관세청 등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해외 원정 시술 논란이 커지면서 ‘황우석 트라우마’가 재연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한동한 주춤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 대법원이 최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놓는 등 줄기세포 치료 분야가 산업으로 점차 개화할 토양이 마련되는 와중에 논란이 일고 있는 탓이다.
국내 줄기세포 분야는 산업이나 연구 측면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관절·신경질환 등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이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효수·이은주 교수팀은 거의 사망 직전까지 간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살려낸 적도 있다. 시판 중인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메디포스트)의 경우 국내 수십개 병원에서 처방하고 있다.
다만 이런 성과는 모두 정해진 법적 절차(정식 임상 혹은 시판)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이미 허가받은 치료제(3개)의 신뢰마저 다른 나라에서 의심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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