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올 들어 3조 이탈…비과세 찾아 대이동

입력 2013-01-13 17:02   수정 2013-01-14 03:09

종합과세 대상 확대 여파
즉시연금·물가債로 몰려
일부는 MMF 등 단기상품으로



지난해 초 은퇴한 김성찬 씨(57)는 최근 거래하는 신한은행 PB분당센터를 찾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짐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그는 퇴직금으로 가입했던 연 3.5%짜리 은행 예금 3억원을 찾아 비과세 상품인 저축성 보험으로 갈아탔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낮아짐에 따라 연초부터 시중자금이 급격한 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대표적인 이자소득 상품으로 과세 대상인 은행 예금을 해지하려는 고객들이 급증했다. 2월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즉시연금이나 저축성 보험 상품 등의 막차에 오르는 모습이다. 또 주가연계증권(ELS)을 월 지급식으로 변경하는 등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자금이동이 활발하다.

이런 움직임은 시중자금 관련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일 기준 은행 예금 잔액은 946조7807억원으로 올 들어 7일까지 1주일 새 3조4149억원이나 감소했다. 이 기간 은행 영업일수가 4일밖에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영업일당 8500억원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은행 예금이 4008억원 증가한 것과 뚜렷이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은행 예금 잔액이 연초부터 크게 낮아진 것은 과세 기준이 낮아지면서 이자소득에 부담을 느낀 자산가들이 비과세 상품으로 자산을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은 “지난해 상당수 고객들이 저축성 보험에 이미 가입했지만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예금을 빼서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기 하나은행 강남PB센터 지점장은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이 지난해 판매한 고금리 특판예금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자금 이동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자산을 부부 간에 증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소득세 부과가 개인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영규 국민은행 테헤란로지점 수석지점장은 “배우자에 대한 증여가 10년간 6억원까지 비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에 맞춰 부부 간 증여를 하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ELS의 경우 누적 수익을 한꺼번에 받는 일반 ELS에서 만기 후 받게 될 이자를 매달 나눠서 받는 월 지급식 ELS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조윤식 신한은행 PB분당센터 팀장은 “금융소득 수령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종합과세를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상품인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상승한 탓에 적절한 매수 시점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게 PB들의 조언이다. 비과세되는 브라질 국채의 경우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과 원화 가치 상승이 맞물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정 지점장은 조언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은행 예금을 단기 상품에 잠시 넣어두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5조원 이상 줄어든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연초(1월1~7일) 8조원가량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같은 기간 2조원 이상 몸집을 불렸다. 김 수석지점장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섣불리 투자처를 찾기보다는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경기 추이에 따라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큰 자금들”이라고 진단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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