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독도는 조용하게, 동해표기는 적극적으로…'투 트랙' 외교로 가야"

입력 2013-01-13 17:21   수정 2013-01-14 18:38

"독도는 조용하게, 동해표기는 적극적으로…'투 트랙' 외교로 가야"

간접화법 독도 마케팅
우리땅 굳이 강조할 필요 없어…그저 자주 놀러가는 것이 최고

재외동포는 외교 첨병들
뉴욕서 세탁소 운영하는 한인, 배달용 비닐에 독도광고 인쇄

만난 사람 = 김철수 오피니언부장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일본은 세계 각국과 기업을 상대로 ‘동해’라는 표현을 ‘일본해’로 바꾸기 위해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점조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땅, 우리 바다’라고 말로만 되뇌고 있고요.”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39)는 독도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심각해진다. 동글동글한 인상에 장난기 어린 눈빛도 ‘독도’라는 말만 나오면 이내 사라진다. 독립기념관이 설립을 추진하는 독도학교장으로 최근 임명된 서 교수를 지난 9일 서울 미근동 독도체험관에서 만났다.

서 교수는 “독도, 동해 이름 등과 관련해 해외 언론과 옥외광고판에 광고하면 일본은 해외 영사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이메일을 보내 항의하는 등 외부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학교’ 초대 교장을 맡았는데요.

“3월에 천안 독립기념관 내에 독도학교가 생깁니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독도가 그저 우리 땅이라고만 생각하지 왜 한국땅인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일본의 억지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젠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게 독도학교입니다. 지난해 제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때문에 교장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독도랜드’도 같은 맥락인가요.

“비슷하긴 한데 약간 다릅니다. 독도랜드는 가수 김장훈 씨와 제가 문화관광부 독도문화재단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독도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했습니다. 그래서 교통 여건이 좋은 서울 지역에 독도 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뚝섬 한강둔치 등이 검토되고 있어요. 실제 크기의 10분의 1 정도로 독도 모형도 만들 거고요. 독립기념관을 세울 때처럼 국민 모금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모금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릴 예정입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한국 홍보 콘텐츠가 될 겁니다.”

▷지난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에 광고를 내 화제가 됐는데요.

“‘Error in Apple(애플의 오류)’ ‘Error in Google(구글의 오류)’이라는 온라인 광고였습니다. 동해를 ‘Sea of Japan(일본해)’으로 표기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잘못을 꼬집은 내용입니다. 3년 전 뉴욕타임스에 같은 내용의 광고를 했는데 효과가 컸습니다. 그 후로 뉴욕타임스에선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고 있어요.”

▷지난달 일본에 ‘극우’ 아베 내각이 출범했습니다. 독도 도발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출범 한 달도 안 돼 벌써 고노담화(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당분간 한·일 외교관계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럴수록 민간 차원에서 할 일은 많아집니다. 해외 광고 등 전 세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전도 마찬가지고요. 한국 정부가 독도나 동해 광고를 한다면 일본이 직접적으로 문제삼을 겁니다. 그건 독도에 큰 관심이 없는 일본 정치 중앙무대의 우익 정치인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봐요.”

▷일본 ‘독도 도발’의 궁극적 목적이 ‘독도’가 아니라는 의미인가요.

“최소한 독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일본의 진의는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일본인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요. 20년 가까운 경제 불황을 타개하지 못한 일본 정치권이 자국민들의 내부 결속을 위해 외국, 특히 한국 중국 등 인근 국가와의 대결 양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했는데 그만큼 긴박하다는 뜻인가요.

“몇 년 전 일본 시마네현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간 적이 있는데 세 번 놀랐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고, 조그만 지자체 행사에 중앙언론사들까지 대거 와 있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행사장 뒤에선 각종 기념품까지 만들어 팔고 있더군요. 그 치밀함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독도와 동해 이름을 지키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일본의 독도 도발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가장 큰 적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입니다. 우선 우리 땅,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다음에 일본의 도발에 대해선 ‘투트랙 전략’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동해 표기에 대해선 최대한 ‘시끄럽게’ 세계 여론을 환기시키고, 독도에 대해선 ‘조용한 외교’를 펼치는 것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아름다운 섬, 독도에 놀러오세요’라고 홍보하는 것이죠.”

▷‘한국홍보 전문가’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시작은 어떻게 된 겁니까.

“하하, 제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몇 년 전 어느 언론에서 붙여준 것인데 지금은 별명처럼 돼버렸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한국을 알리는 데 힘써야겠다는 생각은 1996년 유럽 배낭여행이 계기가 됐어요. ‘88 서울올림픽’까지 치렀는데 막상 유럽을 가보니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남대문 시장에서 태극기 모양의 배지 100개를 사서 외국인 관광객들 배낭에 붙여줬지요.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그땐 참 뿌듯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한국 알리기’가 벌써 17년이 됐습니다.”

▷진행 중인 한국 홍보활동엔 어떤 게 있나요.

“우선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독도와 동해 표기이다보니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세계적인 명소를 찾아 광고판을 만들고 해외 언론에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나 메트로폴리탄뮤지엄과 같은 유명 박물관을 설득해 한국어 안내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비빔밥 유랑단’을 구성해 전 세계 도시를 돌며 한식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있고 ‘한글 디자이너’ 이상봉 씨와 함께 한글 알리기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을 알릴 때 주로 ‘간접 화법’을 사용하는 걸고 알고 있습니다.

“마케팅 전략으로 보면 직설적인 것보다는 간접 화법이 훨씬 더 설득력이 강합니다.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죠. 큰 목소리보다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작년에 김장훈 씨와 함께 독도 수영 횡단을 했던 것도 같은 이유죠. 우리 땅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죠. 그리고 타임스스퀘어 등의 광고판에도 ‘한국엔 아름다운 섬들이 많습니다. 제주도 울릉도 독도…. 한국으로 놀러오세요’라는 식입니다.”

▷가수 김장훈, 탤런트 송혜교 씨 등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인맥을 넓히는 비결이 있습니까.

“제가 본래 철면피입니다, 하하. 사람들이 ‘미친 인맥’ 비결을 묻습니다만 별 것 없습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부딪치는 것이죠. 대학 2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한 대기업이 광복절 행사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기에 무작정 담당 팀장을 찾아갔습니다. 1억원 규모의 행사였는데, 결국은 떨어졌어요. 그러나 그 팀장과 계속 연락을 했고 그분이 임원이 된 뒤 많은 도움을 받았죠. 퇴직한 지금도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한국 홍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재외동포들과 유학생들의 힘이 큽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수백여명의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수시로 광고 아이디어를 제안해주고 광고를 제작해 먼저 보여주면 즉각 장단점을 알려줍니다. 교민들은 홍보 최일선의 첨병입니다. 배달용 옷 커버에 독도 광고를 인쇄한 뉴욕의 세탁소 사장님도 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내용을 택배상자에 새겨넣은 캐나다의 택배업체 사장님도 있습니다. 정말 애국자들이죠. 한국 정부도 이런 재외동포들에게 참정권 이상의 무언가를 통해 한민족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합니다.”

▷보다 체계적으로 ‘한국 브랜드’ 홍보를 위한 계획은.

“지금은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수년 내 뉴욕에 ‘한국홍보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좀 더 효율적이고 규모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 돼 남미의 어느 시골에 여행을 갔는데 그곳 식당에서 ‘아리랑’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듣게 될 때까지 ‘한국홍보 전문가’ 일을 계속할 겁니다.”(웃음)

서경덕 교수는…日 '다케시마 조례' 제정 때 자비 털어 NYT에 독도 광고


성남고와 성균관대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환경으로 석사, 문화관광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하고잡이’였다. 문화창조 동아리 ‘생존경쟁’을 이끌던 그는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 기념 행사 때 전국 대학생들로부터 2만여건의 아이디어를 받아 서울시에 제출, 400년 뒤 개봉될 타임캡슐에 넣어 묻었다.

그가 ‘한국 홍보대사’가 된 것은 1996년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이 계기였다. 여행 중이었던 8월15일 한국인 배낭여행객 300여명을 파리 에펠탑 광장에 불러모아 광복절 기념 행사를 주도했다. 독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5년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면서다. 자비를 털어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냈다.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세종학당 이사, 한식세계화재단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만난 사람 = 김철수 오피니언부장, 정리=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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