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고민…공약 축소냐 증세냐

입력 2013-01-14 17:20   수정 2013-01-15 02:50

복지 늘리면서 세출은 쥐어짜기…'135조 재원대책' 막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18일 대선 후보로는 처음 나라살림 가계부를 공개했다. 집권 5년간 정부 씀씀이를 줄여 71조원(연 14조2000억원)을, 각종 세금 감면을 줄여 48조원(연 9조6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당선인 측은 “공약의 재원 조달 계획을 일목요연하고 치밀하게 짜 공개한 것은 대선 사상 처음”이라며 “약속한 재원과 지출이 일치하도록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선 뒤 상황은 다르게 돌아갔다. 각 부처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등에 필요한 재원이 당초 추계보다 더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인수위는 결국 지난 13일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에 종합적인 재원 조달 대책을 마련, 이달 중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선인이 제시한 재원 총량(134조5000억원)만 던져 놓고 이를 맞출 세부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부가 불과 보름 만에 한 해 예산의 40% 가까운 재원 대책을 짜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려운 숙제를 받아든 예산 및 세제 관료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예산편성 때마다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을 외쳐도 1조~2조원 절감하면 다행인데, 연간 14조원 이상을 줄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산당국 관계자)라는 것이다. 비과세·감면 축소도 다르지 않다.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과 서민층 지원용인 데다 대부분 표를 겨냥해 국회에서 만든 것들이어서 없애기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박 당선인의 공약에 맞추려면 증세에 나서거나 아니면 공약을 수정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는 게 정부는 물론 여당 안팎의 관측이다. 당내에서도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대한 ‘수정보완론’을 제기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4일 인수위의 일부 공약에 대한 ‘출구 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예산이 없는데 ‘공약이므로 공약대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출 구조조정으로 각 부처에 조 단위 예산을 염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를 위한 무조건적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박 당선인의 원칙이 다소 수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과세·감면 축소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강화, 대기업 최저한세율 상향 조정, 근로소득공제 한도 축소 등 이른바 ‘박근혜식 간접 증세’로는 조 단위의 세수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인상론이 솔솔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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