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세종청사 입주 한 달…재정부 서울출장 4000건에 3억 지출

입력 2013-01-15 16:51   수정 2013-01-16 03:21

돈 낭비·시간 낭비
연간 출장예산, 1분기 지나면 바닥
통근버스 운행비, 올해 150억 들어

열악한 근무환경
재정부 1100명 근무…주차공간은 193대
기반시설 아직 태부족…점심 한끼 해결도 어려워



금강을 끼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는 요즘 아침마다 짙은 안개가 낀다. 가시거리가 5m도 채 안 될 정도다. 매일 새벽 수도권 각지에서 공무원을 싣고 출발한 출근버스 80여대도 시 외곽에서부터 시속 40㎞ 미만의 저속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 17일이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세종시로 옮겨온 지 한 달이 된다. 하지만 예견했던 행정력 낭비는 개선은커녕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인당 평균 4번 출장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쓴 국내 출장비만 3억원, 횟수로는 4000건에 달한다. 재정부 공무원이 1100명임을 감안할 때 1인당 평균 네 번꼴이다. 재정부가 2011년에 쓴 국내 출장비는 9억5000만원. 올해는 10억5000만원으로 잡았지만 1분기를 넘어서면 바로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세종시에서 서울을 오갈 경우 지급하는 출장비는 회당 7만5000원. 과천청사에 근무할 때는 관내 여비 규정을 적용, 2만원만 지급했지만 지금은 왕복 KTX 비용과 식사비까지 추가, 4배 가까이 늘었다.

한 국장급 간부는 “1주일에 최소 두 번은 관계부처 회의와 각종 보고 때문에 서울에 갈 수밖에 없다”며 “시간 낭비, 돈 낭비로 인한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예산실을 갖고 있는 부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때문에 기획관리실은 모자라는 국내 출장비를 해외 출장비에서 돌려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출퇴근 전쟁에 주차난까지 겹쳐

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5500명 중 수도권 출퇴근자는 2200명으로 여전히 40%에 달한다. 출퇴근 버스도 지난달 중순 80대에서 현재 82대로 거의 변함이 없다.

재정부의 경우 1100명 중 약 400명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과 오송역을 오가는 KTX도 매일 아침 만원이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책정한 출퇴근 버스 임차료는 74억원. 그나마 올해 상반기까지 운행한다는 계획 아래 잡은 것이지만 연중 운행이 불가피해 15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올해 말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 등의 부처가 추가로 이전하면 출퇴근 전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차난까지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재정부가 입주한 세종청사 4동의 경우 주차 가능 공간은 달랑 193대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200대가량이 불법주차 중이지만 세종시는 단속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청사관리소 측은 “하루에 출입 차량이 700~800대 수준”이라며 “처음부터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주거환경도 열악

세종시 인구는 작년 말 11만3117명으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동안 9990명(9.6%)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 대전 공주 청주 등 주변 지역 인구만 끌어들였다는 게 세종시의 분석이다. 기대했던 서울과 수도권 인구 유입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7~11월 세종시로 순이동한 인구를 분석한 결과 대전에서 세종시로 들어온 순이동 인구(3797명)가 서울시(1230명)보다 3배가량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족 기능을 논하기에는 각종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점심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를 벗어나는 일이 흔하다. 청사 내 구내식당과 첫마을 단지 내 상가를 제외하면 반경 10㎞ 안에 상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투자자금은 넘쳐난다. 첫마을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격은 브랜드와 조망권에 따라 웃돈이 6000만~1억2000만원까지 붙어 있다.

주변 토지가격도 크게 올랐다. 세종시 장군면 일대 도로변 대지 가격은 3.3㎡당 300만원대로 2년 전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세종시 스카이공인 관계자는 “세종시 내 아파트는 전반적으로 귀하고 몸값도 크게 올랐다”며 “절대농지와 임야를 뺀 땅도 적어 투자가 세종시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심기/김유미/김진수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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