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서민 대책의 출발선은 '경기부양'이다

입력 2013-01-15 17:05   수정 2013-01-16 00:12

시혜적 복지정책은 실패 뻔하고 경기침체 때 타격받는 건 서민 뿐
성장률 높여 희망 보이는 게 중요

조장옥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된 다음 이런 저런 이야기가 발표되고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약속 지키기를 위한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인 듯하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당선인의 결심은 훌륭한 것이다. 큰 증세 없이 예산을 마련해 보겠다는 노력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치적인 약속을 지키려고 진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복지와 재벌개혁은 지난 대선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특히 반값 등록금과 특정 질병에 대한 무상의료까지 너무나 황홀한 복지정책과 약속은 이제 실현 가능성을 검증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복지를 마다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 서민의 고통이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의 대통령은 과연 서민의 근심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

서민의 고통은 정부의 시혜적인 정책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 박근혜 정부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서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노무현, 이명박 두 대통령이 재임하면서 한 사람은 탈권위를 주장하면서 소통을 주장했으나 결국은 여러 규제로 우리 경제에 족쇄를 채웠고, 다른 한 사람은 경제대통령을 자임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다섯 해를 속수무책으로 우리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을 뿐이다.

서민의 문제를 정부가 맡아서 해결하겠다고 하면 성공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서민의 문제는 서민이 스스로 풀어갈 수 있게 물꼬를 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의 첫째는 경기를 살리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할 때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부유층이 아니라 서민이다. 경제위기는 서민에게는 위기이지만 재벌과 부유층에게는 기회임을 우리는 1997년 말에 겪은 외환위기에서 경험했다. 이자율과 환율이 치솟으니 가진 사람들의 이자수입은 치솟고 수출에 종사하는 재벌의 수입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서민의 삶은 어떠했는가.

지금 정부의 정책은 참으로 한심하다고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추경을 한다 만다 하면서 머뭇거리고 물가상승 압력이 특별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정책여력 타령을 하면서 현상유지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 정부의 정책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대응을 보면서 새 정부가 과연 진일보한 정책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그의 정책은 일본을 위해 바른 정책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그의 정책이 1990년대 중반에 나왔다면 일본은 지금과 같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책은 때로 충격적이어야만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비판하지만 그것은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1시간 반 이상 진행하는 설명을 경청해 보시라.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그가 정책을 통해 국민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낙관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서민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하지만 이 나라의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절대로 필요하다. 3저 호황이 끝난 1989년부터 2011년까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그려놓고 추세를 죽 그어보자. 22년 동안의 추세는 계속된 하락이었다. 그 추세의 끝점인 지금은 3%대 아래에 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당시 4%대 중반으로 추정되던 잠재성장률을 과연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우리 경제를 날게 했던 날개는 지금 어디 있는가. 그것의 반이라도 우리는 날개를 회복하지 않으면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이, 기업이, 그리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기만 하면 된다. 날아올라야 하는 것은 결국 그들이다. 참새나 까치처럼 날렵하게, 꿩처럼 우아하게 그들을 날게 하라. 어지러운 전기 줄 위의 무수한 까마귀들이여, 우리의 날개는 지금 어디 있는가?

조장옥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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