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공약 실행] "朴 공약 '100% 이행' 고집했다간 '10% 실천'도 어렵다"

입력 2013-01-16 17:19   수정 2013-01-16 23:31

한경, 경제·복지 전문가 21명 설문

씀씀이 줄여도 재원확보는 불가능
반값등록금, 대학교육 질만 낮출 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 실행에 모두 134조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으로 71조원을,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48조원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꼼꼼히 따진 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경제 및 복지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문가 21명 가운데 15명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씀씀이를 절감하고 세감면을 줄여서는 그 많은 재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약을 전부 이행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한 전문가가 상당수였다.

“상위 5%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목적세 도입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정무성 숭실대 교수), “법인세 소득세 세율 인상이나 외환거래세, 파생상품거래세 등 새로운 세원이 추가돼야 한다”(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됐다. 증세에 나선다 하더라도 “성장을 둔화시켜 오히려 세수가 감소해 재원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재원확보가 “가능하다”고 본 전문가는 4명이었다. “집권자가 결단만 내리면 가능하다”거나 “집권자의 정책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쉽지 않을 것 같다”와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각각 1명이었다.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다수가 “현실에 맞게 철회할 것은 철회하고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공약과 부국안민을 위한 공약은 구분돼야 한다”(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민에게 사죄하고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해야 한다”(정무성 교수), “후보로서 보는 경제상황과 대통령으로서 보는 경제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공약을 100% 실천한다고 고집하면 오히려 100%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수정보완이 필요한 공약 1순위로 꼽힌 ‘기초노령연금 100% 확대’에 대해서는 “공적 자금으로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월 20만원을 나눠주는 것은 복지 원칙에 어긋나며 이미 그런 정책을 시행하던 다른 나라들도 1980년대 이후 대부분 포기한 정책”(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것이다.

철회돼야 할 공약 1순위로 지목된 ‘반값 등록금’에 대해선 “등록금이 싸지면 다들 대학에 가려고 할텐데 경제 생산성이나 미래에 좋지 않다”(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거나 “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최광 교수),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만 초래할 뿐”(김경환 서강대 교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종태/강현우 기자 jtchung@hankyung.com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21명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박기백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박기찬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성규 안동대 무역학과 교수△이승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최광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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