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 태풍' 상륙? 외국인 심상찮다

입력 2013-01-16 17:34   수정 2013-01-16 22:40

나흘연속 4200억 매도
장 마감 앞두고 매물 쏟아내…지수 변동성 키워
당분간 뱅가드 리스크 영향권

< 뱅가드 : 세계최대 ETF운용사 >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변한 것일까. 작년 약 25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 외국인이 최근 ‘팔자’로 돌아섰다.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 움직임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과 이로 인한 9조원대 매물, 청산되지 않고 쌓여 있는 대규모 매수차익 잔액 등이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외국인 ‘순매도’ 전환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917억원을 순매도, 나흘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나흘 이상 순매도에 나서기는 작년 11월 중순 이후 두 달 만이다. 이 기간 매도 물량은 4200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 전일까지 누적으로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팔자에 나서면서 594억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이틀간 외국인은 장 마감을 앞두고 매물을 집중적으로 내놔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외국인은 오전까지 별 움직임을 안 보이다가 장 후반께 매도를 집중,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증시를 하락세로 돌려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6.29포인트(0.32%) 내린 1977.45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각각 2277억원과 3589계약을 순매도해 코스피지수를 1% 넘게 떨어뜨렸다.

○뱅가드 매도 본격화한 듯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게 뱅가드의 매도 본격화다. 이머징 ETF 벤치마크 지수를 종전 MSCI에서 FTSE로 변경한 뱅가드는 종전 이머징 시장으로 분류해 편입해 놓은 한국 주식 약 9조원어치를 오는 7월 초순까지 단계적으로 내다팔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뱅가드의 매도 물량이 매주 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물량이 전날부터 일부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프로그램 비차익 물량이 1000억원 이상이었다”며 “시간대별로 고르게 매매가 체결된 것으로 볼 때 뱅가드 물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뱅가드가 팔아야 하는 한국 주식 종목 수는 100개가 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매물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뱅가드 외에 외국인의 프로그램 차익매매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청산되지 않고 쌓여 있는 매수차익 잔액은 5조2369억원에 이른다.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서 그 차익을 취하는 차익매매는 현물을 팔고 포지션을 청산해야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차익 매도는 언제든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 이슈는 단기적 이벤트”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긴 힘들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 공백으로 인해 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위험지표가 재정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고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져 이달 하순이 되면 부정적 요인들이 상쇄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09년 3월 이후 미국 다우운송지수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가 0.95로 거의 일치하는데 최근 코스피지수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급 우려가 해소되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종목 선택에 있어서는 당장 수급이 불안하기 때문에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를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다. 임동락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업종을 공략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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