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죽었지만 우리를 살렸다."
러시아에 사는 한 여성이 최근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으로 감사의 편지 한 통을 보냈다. 현대차 직원들은 해외에서 온 감동적인 글을 받아보고 힘을 얻었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러시아 원문의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지난해 부친이 운전하던 싼타페(2011년형)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부다.
"작년 2월 아버지가 임신 5개월이던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던 날 일어난 이야기"라고 운을 뗀 그녀는 사고가 났으나 목숨을 구한 사연을 적었다.
편지에는 그날의 상황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영하 40도의 추운 날씨에 안개가 심하게 낀 오전 6시께 집을 나섰다"는 그녀는 "싼타페가 언덕을 오르던 중 카마즈(Kamaz·러시아산 트럭)와 충돌해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추운 날씨로 트럭의 디젤 연료가 동결돼 길 한가운데 멈춰 있었다" 면서 "안개가 심했고 비상 삼각대가 없었던 탓에 아버지가 트럭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사고를 냈다"고 덧붙였다.
사고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후 병원에서 의식을 찾았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버지와 뱃속의 아기도 무사했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도 당시 사고 사진을 보면 어떻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며 "큰 아들 '예브게니'는 현대차가 우리를 살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녀의 딸 '밀라나'는 작년 6월 태어나 현재 건강히 잘 크고 있다. 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선 "아기 이마에 'HYUNDAI'의 'H' 로고처럼 보이는 붉은 흔적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녀가 보내온 아기 사진에는 H 로고를 닮은 붉은 반점이 또렷하다.
그녀의 부친은 사고 차를 폐차시키고 색상만 바뀐 동일한 싼타페를 재구입했다. 싼타페 덕분에 생명을 구했다는 감사의 표시인 셈.
해외에서 한국차를 타는 외국인이 감사 편지를 보낸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알페온을 타는 40대 남성이 사고 후 목숨을 건져 마이크 아카몬 전임 사장 앞으로 감사 편지를 보낸 적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고객이 보낸 편지 사연이 훈훈하고 감동적이었다" 며 "이번 기회로 싼타페의 안전성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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