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 르포 "크라이슬러 부활 덕에 주말도 근무"

입력 2013-01-17 16:53   수정 2013-01-18 04:36

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 르포

문닫은 공장 맡아 재가동
체로키·닷지 부품 공급
작년 매출 28% 늘어




지난 15일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으로 가는 길. 창문이 깨진 건물, 낙서로 뒤덮인 거리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인근에는 래퍼 에미넴의 자전적 영화 ‘8마일’에 등장하는 8마일 로드가 있다. 한때 호황을 누리던 미국 최고의 자동차 도시가 쇠락한 흔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현대모비스가 이곳에 공장 설립을 준비할 때인 2009년 말 미국 자동차 시장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미국 3사 중 경영이 가장 나빠진 크라이슬러는 설상가상으로 부품 공급 업체인 미국 아빈 메리터가 철수하는 사태를 맞았다. 공급 시점을 5개월 남겨두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사업을 접겠다고 했다.

크라이슬러는 현대모비스에 구조요청(SOS)을 보냈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부터 크라이슬러 톨레도공장 안에 오하이오공장을 세우고 섀시 모듈을 공급하고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현대모비스가 제2공장까지 맡길 원했다. 현대모비스 내부에선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기초 설계 단계에서 멈춰선 공장을 재정비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고수해온 ‘일자형’ 생산 라인을 포기하고 기존 설계대로 ‘ㅁ’자를 유지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2010년 5월 현대모비스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납기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현대모비스는 이곳에서 크라이슬러 지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닷지 두란고에 장착하는 자동차 섀시 모듈을 만든다. 섀시 모듈은 바퀴 2개를 잇는 뼈대 위에 운전대, 변속기, 브레이크 등 부품을 얹어 조립한 것을 말한다. 앞바퀴 뼈대에 얹는 프런트 섀시모듈은 차체 밑바닥 뼈대에 방향을 바꾸는 조향장치, 제동장치인 캘리퍼, 브레이크 디스크 등 11개의 단위 부품을 결합해 만든다. 자동차의 척추로서 승차감을 좌우한다.

크라이슬러는 현대모비스의 섀시 모듈을 공급받아 조립 공정 단축, 원가 절감, 품질 개선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랜드 체로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크라이슬러의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덩달아 미시간 공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32만8000개의 섀시 모듈을 생산해 공장 설립 당시 목표치(12만개)의 2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8억2000만달러(약 8700억원)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올해는 무난히 1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생산능력 35만개를 넘어설 것에 대비해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다. 지난 11월부터 공급량 부족으로 근무 형태를 2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 바꾸고 일요근무도 시작했다.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의 중대형 SUV에 들어가는 섀시 모듈 공급도 의뢰한 상태다.

박진우 현대모비스 북미총괄 법인장은 “크라이스러와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다른 완성차업체까지 수주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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