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뜨개질을 하며

입력 2013-01-17 16:55   수정 2013-01-18 00:24

해외단체 통해 북한 가는 목토시…남북 분위기 풀려 직접 전해줬으면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뜨개질을 시작한 지 좀 됐다. 도톰한 털실을 골라 코를 잡고 겉뜨기와 안뜨기를 반복한다. 한 코 한 코 뜰 때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뜨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다보면 어느덧 가로 30㎝, 세로 25㎝ 정도의 네모난 뜨개가 완성되는데, 양끝을 이어 목에 두르면 목 토시, 머리에 쓰면 모자가 된다.

이제 제법 익숙해져서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날은 하루에 한 개 이상 뜨기도 한다. 북한 아이들의 추운 겨울나기에 보탬이 될까 싶어 시작한 건데, 뜨개를 완성해 갈 때마다 오히려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뜨개질은 대개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게 되는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을 하거나 요즘은 북한 어린이나 아프리카 등의 저체온 신생아처럼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뜨개질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어떤 경우든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뜨개로 엮어 나누는 건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얼마 전 내가 뜬 목 토시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뜬 뜨개와 함께 외국 선교단체가 북한 가정에 보내는 지원물품 컨테이너 박스에 실렸다. 5·24조치로 방북과 접촉이 허용되지 않으니 직접 들고 가서 전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봉쇄 효과보다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 지도 오래 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대화에는 전제가 없다’고 강조했던 만큼 인수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게 된다. 한 코 한 코 차곡차곡 쌓여 완성되는 뜨개처럼, 거창하거나 복잡한 셈법보다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으로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평화와 통일에 한발 더 가까이 가는 길이 아닐는지.

오늘은 평생을 겨레와 민족을 위한 삶을 살다 가신 늦봄 문익환 목사의 19주기이다. “조개 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 진주 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 그러니 벗들이여! / 보름달이 뜨거든 정화수 한 대접 떠 놓고 / 진주 같은 꿈 한자리 점지해 줍시사고 / 천지신명께 빌지 않으려나!” 시인이기도 했던 문 목사의 시 한 구절이다. 뜨개질을 하며 나도 같이 ‘꿈을 비는 마음’이 된다. “밝고 싱싱한 꿈 한자리, 평화롭고 자유로운 꿈 한자리.”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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