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경기 회복 조짐 놓쳐서는 안된다

입력 2013-01-17 17:00   수정 2013-01-17 22:13

터널 끝이 보인다…기업인들은 정치 눈치보지 말고 앞으로!


세계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어제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를 내놨다. 유로화 가치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경기가 ‘점진적 또는 완만한 성장세’라고 진단한 것도 좋은 시그널이다. 우리 경제를 압박하던 중국 경제는 지난달 수출이 14% 급증했고, 올해 7.5% 성장이 무난하다는 예상이 힘을 얻는다.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라는 백금 가격이 급등한 것도 청신호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해도 겁낼 필요가 없다고 낙관론을 펼 정도다.

물론 반대 신호도 여전히 많기는 하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4%로 낮춘 것부터가 그렇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여전히 위태롭고 불확실하다는 판단이다. 선진국들이 엄청난 돈을 풀어 떠받친 반짝 효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고작 2%대다. 엄동설한에 잠깐 햇살이 따듯하다고 봄이 온 건 아니듯이, 희미한 불빛을 보았다고 세계경제가 침체의 터널을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큰 주기의 경기사이클이 사라지고 짧은 회복과 침체가 수시로 반복되는 잔파장으로 바뀌었다. 경기가 풀린 줄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사실은 세계경기가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낙관할 순 없어도 무조건 비관할 상황도 아니라면 그래도 희망 쪽에 줄을 서는 것이 낫다.

연초부터 대형 M&A가 속속 성사되는 것을 보면 조짐이 나쁘지 않다. 이랜드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K·SWISS 지분을 인수하고 사모펀드 MBK가 아웃도어업체 네파를 사들인 것은 보기에도 좋다. 혹독한 정치의 계절도 끝났다. 더이상 기업이 정치에 한눈 팔 때가 아니다.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하는 게 기업의 본분이자 진짜 사회적 책임이다. 세계가 모두 어렵다고 할 때 이를 역발상의 기회로 삼아 앞장서 위기를 극복해 왔던 게 한국 기업이다. 기업인들의 분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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