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성선경 시인(사진)이 시작(詩作) 에세이집 《뿔 달린 낙타를 타고》(황금알)를 내놓았다. 담백한 에세이와 그에 어울리는 자신의 시를 묶은 글 48편이 들어 있다.
‘마음의 나머지’라는 글에서 그는 침대를 내다버린 일을 얘기한다. ‘사람이든 집이든 비워야만 무엇을 채워 넣을 수 있는가 보다. 지난 봄 벚꽃이 만개한 날, 우리는 그동안 작은 방의 한 벽을 차지하고 있던 이층침대를 버렸다. 우리 아이 둘을 잘 키워 준 침대였다. 이 침대를 넣고 기뻐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십년을 훌쩍 지났다.’
침대를 버리고 빈 자리를 채우며 행복해하는 아내와 자신의 ‘갈지자’ 마음을 보며 그는 시를 노래한다.
‘마음이여/휙 하고 지나간 마음이여/먹물도 묻히지 않고 지나간 화선지에/더 큰 자취를 만드는 마음이여’ (‘여적’ 중에서)
우주에 대한 사색도 풀어놓는다. 자신이 사는 도시만 해도 정신이 없고 이 지구를 생각하면 더욱 시끄럽게 느껴지지만, 우주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갑자기 마음이 고요해진다는 것. 그는 세상의 모든 색깔들을 혼합하면 검은색이 된다며 ‘이 세계와 우주의 소리와 활동들을 모두 모아 합치면 고요가 아닐까’ 하고 되묻는다.
‘우주의 크기도 활동도 생각도 모두 고요함일지니, 우리가 산다는 것은 고요에 기대는 것 아니겠는가. 고요야말로 우리가 아는 세계의 모든 것이 아니겠는가.’
아버지론(論)도 들어 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추워도 떨지 않아야 했던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 권위를 너무 쉽게 지워 버린 시대’를 한탄한다. 사립대로 진학을 결정하자 그의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 7년간 일하고 돌아왔다.
그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나이 40이 돼서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 ‘게딱지’는 아버지의 희생에서 나왔다.
‘게딱지 하나면 밥 한 공기 뚝딱이라는/간장게장을 먹으며/게딱지를 확 뒤집으니/그 속에 여린 살 가득하다/아하, 겉으로 그렇게 강한 척 내보이던 것이/저 여린 속살을 감추려 그랬구나 생각하며/밥 한 술을 척 얹어 비비는데//내가 살림을 잘 못살아서/너희들이 이렇게 고생한다며/아버지 울고 계신다//딱- 하고 정월의 부럼을 깨물듯/제 속을 확 열어 보이고 싶을 때/터지는 저 딱딱한 껍데기 속의 여린 살들//아, 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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