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환율변동에 취약…리스크 관리 지원도 시급
경기도에 있는 건설기계장비 업체 A사장. 그는 최근 환율 시세를 확인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는 탓이다. A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엔저 현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수출 마진이 전달 대비 20%가량 줄었다”며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되면 수출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경상남도에서 LCD(액정표시장치)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B사장은 자금 부족으로 미국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9년 중국에 첫 진출한 데 이어 미국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설비·운영자금은 물론 해외 마케팅에 대한 투자금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B사장은 “국내 시장 여건이 악화돼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져 난항을 겪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만 직원 수를 10%가량 줄였는데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들의 수출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자금난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필요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수출 발목을 잡는 ‘가시’들을 빼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1년 국내 전체 수출 규모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6%. 2007년 이후 5년 동안 불과 0.9%포인트가량 늘어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를 2017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실적이 없는 중소·중견기업이라도 기술력만 있으면 무역보험공사 수출 보증을 통해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이르면 3월 도입키로 했다. 중소기업이 좁은 내수시장에서만 경쟁하면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보다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 300여개를 대상으로 ‘수출 경쟁력 실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1%가 환율 및 리스크 관리지원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이 밖에 해외 마케팅 지원확대(30.6%), 수출금융지원 확대(18.2%)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실장은 “해외 현지에 생산공장을 둘 여력이 없는 업체들이 많고 환율 변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정부가 환변동 보험 예산을 늘리고 환율 리스크에 대한 정보 제공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금난 해결을 위해선 수출중소기업 전용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3조원 규모의 수출 중소기업 전용펀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업체에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인큐베이터 펀드’ 역시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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