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의 역습…엄지발가락 휘는 '무지외반증' 주의

입력 2013-01-18 16:36   수정 2013-01-18 21:49

생생헬스 - 겨울철 혹사당하는 발

꽉맞는 구두 오래 신었을때 발병
치료 미루면 변형 심해져 통증 가중…'O'자형 다리·무릎관절염까지 유발
새끼발가락 변형되면 '소건막류'…발바닥 통증땐 '족저근막염' 의심




발은 26개의 뼈, 33개의 관절, 100개가 넘는 인대·근육·힘줄·신경으로 이뤄져 있다. 1㎞를 걸을 때 발에 실리는 무게는 무려 16t에 달한다. 걸을 때마다 발목운동을 통해 심장에서 발끝까지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끌어올려주는 펌프작용을 하기 때문에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이 인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전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발의 건강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 빙판길로 낙상의 위험이 높은 겨울인데도 하이힐처럼 발가락만 노출되지 않았을 뿐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패션리더들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낙상, 발가락 동상 외에도 무지외반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은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거나 튀어 나오는 족부질환이다.

무지외반증 환자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5년 2만3561명에서 지난해 5만347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성별 진료 인원은 여성이 4만6394명으로 남성을 압도했다. 관절이 유연하거나 발이 편평하고 엄지발가락이 긴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하이힐이나 발에 꽉 맞는 구두를 오랫동안 신을 경우 흔하게 나타난다.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신발을 신을 때나 보행 시 통증을 동반한다. 치료를 미루면 발가락 변형이 점점 심해져 통증이 가중된다. 엄지발가락이 점점 더 많이 휘면 둘째, 셋째 발가락에도 점점 큰 힘이 가해져 발가락과 발 허리를 잇는 관절이 붓고 아프게 된다.

통증이 처음 나타날 때에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중족골(발가락과 발바닥 중간 사이의 뼈)에 패드를 대어 통증의 정도를 낮출 수 있다. 보조기(엄지발가락에 밴드를 걸어 발가락 방향을 반전시키는 기구)나 특수신발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도 있다. 따스한 물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형태 대구 우리병원 원장(정형외과)은 “과거에는 수술 후 6주간 깁스를 해야 하고 잦은 재발도 문제였지만 최근엔 변형된 뼈를 부러뜨려 내외측으로 치우친 발가락뼈를 반대방향으로 돌려서 각을 교정하는 절골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 원장은 “정상에 가까운 모양으로 교정시키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재발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절골술은 발가락뼈를 끊어 방향을 돌려준 다음 핀이나 나사를 박는 시술이다. 현재 100가지 이상이 개발됐다. 이때 짧아진 근육 및 연부조직을 늘려주는 과정이 병행된다.

수술시간은 30~40분 정도로 짧다. 전신이 아닌 하반신 혹은 발목 마취를 하기 때문에 2~3일 정도 입원하면 회복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수술 3일 후부터는 특수 신발을, 2~3개월이 지나면 평소 신던 신발을 신을 수 있다. 하지만 하이힐이나 코가 좁은 신발은 수술 후 6개월 정도 피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외형적 변형만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X-레이 촬영을 통해 발뼈 구조를 사전에 분석한다.

소 원장은 “무지외반증은 대부분 병이라 인식하지 않고 ‘못생긴 발’이라고만 여겨 치료하지 않고 넘겨버린다”며 “발의 변형이 심해지면 발톱이 살을 파고 들거나, ‘O’자형 다리가 고착화돼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게 되는 단초를 초래하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발가락 통증 때문에 다른 발가락으로 체중을 분산하려고 하면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히고 발바닥 신경이 뭉쳐 발바닥 앞쪽까지 통증이 번진다. 넓게 보면 엉덩이관절(고관절), 허리 등에도 통증을 일으켜 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무지외반증의 짝꿍질환 ‘소건막류’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신발과 마찰이 많은 새끼발가락의 뿌리 부위가 바깥쪽으로 돌출돼 변형되는 질환이다. 대체로 무지외반증 증상과 함께 ‘짝꿍’처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소건막류도 절골술을 하는데 최근에는 발가락을 1㎝ 안팎으로 절개, 10~15분 만에 마치는 수술법이 도입되고 있다. 이 수술은 새끼발가락 아래 뼈를 끊은 뒤 나사나 핀으로 튀어나온 새끼발가락 부위를 안으로 밀어넣어 준다. 특수신발을 4~6주간 신으면 절골됐던 뼈가 아물고 이때 고정물을 제거하게 된다.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발 폭도 줄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수술법이 좋아지면서 무지외반증 및 소건막류는 수술을 통한 치료성공률이 약 95%를 넘는다.

○발바닥통증 ‘족저근막염’

빙판길이나 포장된 딱딱한 길을 장기간 걷다보면 발바닥 앞쪽과 뒤쪽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앉았다가 일어날 때 혹은 아침에 일어날 때 발바닥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이 있다면 이는 ‘족저근막염’의 신호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에 전해지는 충격을 스프링처럼 흡수하는 근육인데,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갑자기 운동량을 늘려 발이 긴장하거나, 딱딱한 보도를 장시간 걸을 때 발생하기 쉽다. 체중이 나갈수록 증상이 심하고 휴식하면 금세 좋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퇴행성 변화로 발바닥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진 40~50대 중년층은 조금만 무리하게 걸어도 발생할 확률이 높다.

예방을 위해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어 발바닥 충격을 덜어주고 무리하게 걸었다 싶으면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귀가해서는 △발가락으로 타월 집어 올리기 △아픈 다리는 뒤에, 반대편 다리는 앞에 두고 뒷다리 장딴지가 당기는 느낌이 들도록 뻗치는 스트레칭 △발바닥에 얼음찜질 등을 하면서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재발이 쉬운데다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만성적인 발뒤축 통증이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보행습관이 변해 무릎 엉덩이 허리에까지 통증이 올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치료받는 게 좋다. 만성화되고 통증이 심한 족저근막염은 체외충격파 시술이나 족저근막 절개술 등으로 호전시킬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족저근막염이 있는 부위에 충격파를 가해 족저근막이 정상적인 조직으로 되살아나도록 하는 시술로, 2~3회 치료로 증상이 75~85%가량 호전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소형태 대구 우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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