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자금조달 하는데…유상증자 기업은 '뚝'·DR발행 기업은 '쑥'

입력 2013-01-18 17:11  

유상증자 한진중공업
3일간 20% 넘게 급락…목표가 하향 줄이어 '후폭풍'

싱가포르 DR발행 영원무역
주식 할인율 낮아 제값 받아…시장 충격 작아 주가 되레 올라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한진중공업과 영원무역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급락한 반면 영원무역은 소폭 올랐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다른 게 주된 요인이지만 국내 유상증자와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 DR 발행이 비용은 많이 들지만 주가에는 훨씬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진중공업 사흘간 21% 급락

18일 한진중공업은 20원(0.22%) 내린 9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약 18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흘 동안 21% 급락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한진중공업을 140만주가량 팔아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증권사들의 평가도 좋지 않다. 삼성증권은 한진중공업의 목표주가를 1만4800원에서 9300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투자의견을 ‘보유’로 제시했다. KDB대우증권도 투자의견을 ‘보유’로 한 단계 낮췄다. 증권사의 ‘보유’나 ‘중립’ 투자의견은 사실상 주식을 매도하란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가 하락과 부진한 수주로 인해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주식 가치 희석 이슈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영원무역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뒤 오히려 오르는 모습이다. 1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직후인 17일 1%대의 하락률을 보였으나 이날 상승 반전해 4.63% 올랐다. 올 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원무역을 사고 있는 기관은 유상증자 계획이 나온 이후에도 ‘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소 있긴 했지만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DR 발행, 유상증자보다 충격 작아

시장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것은 두 회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주 감소 등 업황 악화와 노사 대립으로 인해 2011년 1000억원 가까운 순손실을 낸 한진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반면 의류·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영원무역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시설투자에 활용하려고 자금 조달에 나섰다.

유상증자 방식이 다른 것도 주가에 상반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증시에서 일반적인 유상증자를 선택했다. 유상증자 기업들은 대체로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주가가 떨어진다. 최대 30%까지 할인 발행된 신주가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10년 말 8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대한해운은 증자 공시일부터 발행가 확정일까지 두 달간 42.5%나 급락했다.

영원무역은 국내 유상증자 대신 싱가포르 증시에서 DR을 발행키로 했다. DR이란 해외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발행사가 국내에서 발행한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게 새로 발행한 증서를 말한다. 신주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유상증자와 같다. 해외에서 발행돼 주로 외국인이 매매하고 주식 할인율도 낮아 ‘제값’을 받고 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발행 비용과 유지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2011년 5월 싱가포르에서 5000억원대 DR을 발행한 OCI는 결의일부터 발행가 결정일까지 주가가 7%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 태웅도 2008년 영국 증시에서 DR을 발행할 때 8%가량 주가가 하락했을 뿐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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