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 빌딩 많이 늘어 임차인 구하기 어려울 듯
“업무용(오피스) 빌딩보다는 상업용 빌딩, 서울보다는 지방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이하 쿠시먼)의 황점상 대표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17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쿠시먼은 세계 60개국에 253개의 지사를 두고 1만4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다. 황 대표는 2008년부터 쿠시먼 한국지사 대표를 맡고 있다. 18년 전 LG백화점 신규사업팀에서 부지 매입 업무 등을 담당하며 부동산 쪽에 입문한 황 대표는 2000년 쿠시먼에 합류했다.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 ‘흐림’
황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빌딩들은 임차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경기와 기업 확장 흐름을 고려할 때 공급이 예정된 빌딩 사무실 공간을 다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빌딩 시장에는 2011년부터 연면적 10만㎡에 달하는 시그니쳐타워를 비롯해 미래에셋타워 등 대형 빌딩들이 줄지어 공급됐다. 또 2015년까지 총 93만7320㎡가량의 신규 오피스 빌딩 공급이 예정돼 있다. 여의도에는 IFC 2·3번 건물과 신축 전경련 회관 등 대형 오피스 건물들이 공급된다. 그동안 빈 사무실이 적었던 강남지역에도 올해는 공실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역삼동에 있던 삼성SDS는 강동구로,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경기 판교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서울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작년에도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며 “건물주들은 공실을 줄이기 위해 ‘렌트프리(rent-free)’ 제공은 물론 관리비 할인 및 면제 혜택을 줘 실질 임대료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공실 증가에 따른 대형 빌딩의 임대료가 낮아지자 중소형 빌딩에 입주한 회사들이 대형 빌딩으로 옮기는 등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과 아모레퍼시픽 등은 임대료가 낮아진 것을 기회로 삼아 흩어진 계열사를 통합할 수 있는 빌딩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 빌딩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황 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면적 200㎡인 건물의 두 개 층을 쓰는 회사는 400㎡짜리 한 층을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최근 대형 및 중소형 빌딩의 임대료 차이가 작아지면서 중소형 빌딩 임차인이 대형 빌딩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주요 상권 내 상가 주목
국내 상가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도심의 상가 시장은 제조·직매 의류(SPA)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명동·강남·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에 진출한 SPA는 한정된 대형 점포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며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있다. 황 대표는 “가로수길만 해도 SPA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40% 이상 올랐다”며 “서울 주요 상권에 예외없이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많은 유럽 및 미국 브랜드들이 추가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요 상권의 상가 수요는 여전히 높을 전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불황에도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명동 눈스퀘어를 2350억원에 매입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활발하다.
황 대표는 올해 SPA 브랜드들이 지방으로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때문에 부동산 투자자들은 지방 주요 상권의 상가 건물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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