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하나에 세 줄기 구리선…옷 입히듯 절연체 세 번 감싸
납품기한 2년이나 남았지만 하루도 안 쉬고 풀가동
“5000t 창고도 모자라 1만t 창고를 또 짓고 공장 규모도 두 배로 늘리고 있습니다.”
LS전선의 강원도 동해 공장. 국내 유일의 해저 케이블 생산라인이자, 세계적으로도 4곳에 불과한 초고압 해저 케이블을 만드는 곳 중 하나다. 이 공장은 앞으로 2년간 단 하나의 제품을 위해 풀가동될 예정이다. 카타르 석유공사로부터 수주한 세계 최장의 해저 교류 전력 케이블을 2015년까지 납품 완료해야 한다.
케이블이 깔리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라스 라판 산업단지와 할룰 섬 사이는 100㎞ 거리지만, LS전선이 만들어야 할 전선 길이는 그보다 6배나 긴 600㎞에 이른다. 전기를 양방향으로 보내는 교류 전선이어서 전선 하나에 세 뭉치의 구리선(도체)이 들어가는 데다 교류 케이블을 두 개 선로로 깔아야 한다. LS전선은 작년 11월 5000억원에 이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는 국내 전선업체가 수주한 해외 전선 공사 중 최대 규모다.
납품 기한이 2년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부산을 떠는 건 복잡한 제조공정 때문이다. 이 공장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최대 도체 길이는 1㎞ 정도다. 이렇게 600㎞ 길이를 만들려면 영업일로만도 600일 걸린다. 그것도 ‘불량 제로’를 가정했을 때다.
게다가 카타르용 해저 전선은 132㎸급 초고압 케이블이다. 일반 전력 케이블(22.9㎸급)에 비해 도체 굵기만 세 배 두껍다. 사람 뼈에 해당하는 도체 외에 살 같은 절연체로 도체를 감싸야 한다. 여기에 내복 같은 내피를 입히고 외투에 비유할 수 있는 차폐층과 방식층 등 세 겹의 옷을 입히는 것도 필수 과정이다.
이런 공정을 2년 만에 소화하기 위해 LS전선은 공장을 새로 지었다. 기존 해저케이블 공장 바로 옆에 비슷한 규모의 2공장을 오는 8월 완공한다. 이 공장의 여상철 경영지원팀장은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공장 규모를 2배로 늘렸고 창고 규모도 3배 이상 키웠다”고 말했다.
창고를 증축한 건 해저케이블의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속에 한 번에 묻어야 하기 때문에 케이블 자체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 일반 케이블 공사처럼 나눠서 설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공사 같은 경우 100㎞ 케이블을 배로 한꺼번에 카타르 지역으로 옮겨 매설해야 한다. 때문에 100㎞ 해저케이블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있어야 한다.
이 제품은 무게만 7000t인 데다 부피는 3000㎥다. 1.5ℓ 병으로 환산하면 200만개가 들어가는 창고가 필요하다. 이 제품 외에 다른 전선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LS전선은 기존 5000t 규모의 창고 외에 1만t급 창고를 새로 짓고 있다.
LS전선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해저 전력 케이블 분야에서 세계 선두급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저 전력 케이블은 물과 공기의 침투를 막고 해저 통신 케이블에 비해 한꺼번에 고전압의 전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고도 기술이 필요해 ‘케이블의 꽃’으로도 불린다. 기술 장벽이 높아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LS전선 등 세계 4개 업체만 생산할 수 있다.
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시장이 바로 중동이다. 윤재인 LS전선 에너지사업본부장(전무)은 “그동안 한국이 건설과 자원개발로 중동시장을 뚫었다면 앞으로는 전력 케이블이 중동 신화의 또 하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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