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배송대란’ 조짐을 보이던 택배업계가 결국 ‘가격 인상’ 카드를 뽑아들었다. 국내 택배업계 2위 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가 20일 업계 처음으로 상자당 택배 단가를 500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택배 단가는 상자당 평균 2460원이다. 이번 가격 인상 결정에 따라 택배 가격은 상자당 3000원 수준으로 20%가량 오를 전망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신규 고객 계약이나 기존 고객의 재계약 때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택배 평균 단가는 2000년 3500원에서 지난해에는 2460원 내외로 1040원이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기간 TV홈쇼핑과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은 2억5000만상자에서 14억6000만상자로 480%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워낙 많은 택배업체가 경쟁을 펼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춘 상태”라며 “2배 이상 오른 유류비도 택배업계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출혈 경쟁은 택배기사 이탈과 배송대란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은 하루 18시간을 일해도 월 수입이 200만원 안팎”이라며 “일한 지 한 달도 안 돼 그만두는 택배기사가 90%를 넘지만 신규 지원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가 부족하다보니 배송률은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떨어졌다. 익일배송(다음날 도착)률은 2011년 평균 9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5%, 작년 12월부터 올 1월에는 70%도 밑돌고 있다. 인터넷에도 택배 배송 지연에 대한 ‘불만 글’이 늘고 있다.
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대표는 “택배업 종사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적정 단가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번 가격 인상은 택배 종사자와 상생하고 고사 직전의 업계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이번 가격 인상을 통해 상자당 700원가량인 택배기사 수수료를 30~40% 인상해 910~980원 선으로 올려줄 계획이다.
한편 업계 1위 CJ대한통운 등 다른 택배회사들은 기업고객 등 소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단계적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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