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앞두고 저가 공세…방통위 경고도 무용지물
15만원짜리 갤럭시S3가 온라인 매장에 등장했다. 롱텀에볼루션(LTE)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3세대(3G) 전용 모델이긴 하지만 갤럭시S3가 15만원까지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제품 출시를 앞둔 재고털이’라는 설명이 있는가 하면 ‘영업정지를 당한 통신사들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조금 규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 재고털이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일부 온라인 휴대폰 사이트들은 SK텔레콤용 갤럭시S3(16기가바이트 3G 모델)를 15만원에 판매했다. 이 제품 출고가격은 90만4000원이다. 단말기 한 대에 75만4000원의 보조금이 붙은 셈이다.
지난해 8월 있었던 ‘갤럭시S3 17만원 대란’ 때와 비교하면 2만원 더 낮다. 물론 당시 팔았던 갤럭시S3가 32기가바이트 LTE 모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팔리는 제품이 더 싸다고 볼 수는 없다.
3G에서만 쓸 수 있는 갤럭시S3는 LTE용 제품에 비해 인기가 없다. SK텔레콤만 이 모델을 내놓았기 때문에 ‘재고털이’ 성격이 강하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LTE 가입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해야 했기 때문에 3G 모델에는 마케팅비를 덜 쏟아부어 재고가 많이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앞둔 통신사 전략?
지난 7일부터 ‘순차적 영업정지’에 들어간 통신사들이 ‘치고 빠지기 식’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파격적인 가격에 한번 판매를 하고 나면 ‘다음에 또 할인 판매하겠지’라는 기대심리가 생겨 고객 수요가 뒤로 미뤄지는 효과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통신사 영업정지는 LG유플러스가 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SK텔레콤은 31일~다음달 21일, KT는 다음달 22일~3월13일이다. SK텔레콤이 자사 영업정지 기간 중 고객 수요를 최대한 뒤로 미루기 위해 최근 스마트폰을 파격가에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가 12일 1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린 것도 SK텔레콤용 제품이었다. 당시 아이폰5를 19만9000원에 공급한 물량이 많지 않아 소비자의 보조금 기대심리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갤럭시S3가 17만원에 팔리고 나자 수요자들이 ‘또 싸게 나오겠지’라고 생각해 한동안 구매하지 않았다”며 “오는 31일부터 3주간 장사를 하지 못하는 SK텔레콤이 대기 수요를 늘리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규제 무용론도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 영업정기 기간 중 아이폰5가 전례없이 낮은 가격에 판매되자 14일 “이번 사안에 대해 낱낱이 조사하겠다”며 ‘경고성 발언’을 했다. 18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영업정지 기간 중 보조금 실태를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권위는 시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이 주말마다 보조금 상한액(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돈을 시장에 풀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보조금 과대 지급 행태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규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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