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굴려 30원도 못벌어…증권사 4곳 중 1곳 적자

입력 2013-01-20 17:11   수정 2013-01-21 02:25

기로에 선 자본시장


삼성증권은 작년 말 투자은행(IB)본부 내 기업공개(IPO)사업부를 팀으로 축소했다. 전무급이 맡던 IB본부장도 상무로 임명했다. 국내 대표 증권사로서 자존심이 구겨질 만했지만 실적이 없으니 조직을 줄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이익이 급속히 줄고 있어서다.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IB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10여개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을 정도다.

20일 증권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1개 증권사의 2012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2%에 불과했다. 1000원의 자본을 투자해 고작 32원밖에 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의 ROE는 2009 회계연도 8.8%에서 2011 회계연도에는 5.6%로 하락하는 등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 말 기준 2%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2 회계연도 상반기에는 61개 증권사 중 15곳이 적자를 냈다.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주식 거래대금이 급속히 줄고 있는 데다 IPO 시장이 얼어붙는 등 IB 업무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011년 6조8631억원에서 작년에는 4조8236억원으로 29.7% 감소했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는 4조5120억원으로 더 줄었다.

IB 업무도 부진하다. 지난해 11월까지 새로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24곳(공모금액 4544억원)으로 전년의 67곳(2조439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시로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데다 거래대금마저 줄고 있어 구조적인 전환점에 봉착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자본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잃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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