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사태 유혈참극…외국인 인질 최소 25명 사망

입력 2013-01-20 17:13   수정 2013-01-21 01:53

인질 23명 포함 55명 사망

美서 훈련받은 관료들, 이슬람 반군으로 돌변
리비아·나이지리아 등 산유국, 테러공포 확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알제리 동부 인아메나스의 천연가스 시설을 장악했던 사건이 ‘인질 23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이슬람 반군과 정부 간 내전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미국이 2001년 이후 추진한 중동·아프리카 지역 대(對)테러 정책의 실패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주요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테러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국민 사망에도 서방 국가들은 잠잠

압델말렉 셀랄 알제리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알제리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인아메나스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천연가스 시설을 장악한 테러리스트 32명을 모두 소탕했다”고 밝혔다.

알제리 정부는 인질 23명이 이번 사태로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들 중에는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루마니아인 등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됐으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극의 주범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의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질극이 최악의 사망 사태로 끝나면서 알제리군이 무리한 진압을 했다는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서방 주요국들은 자국민이 사망했음에도 알제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앞으로 알제리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알제리 정부의 작전은 가장 적절했다”고도 했다.

미국 등의 이 같은 반응은 이번 사태가 2001년 9·11테러 이후 추진한 대테러정책이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을 의식한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2002년부터 ‘범사헬구상(PSI)’을 통해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들에 약 6조2000억달러를 원조했다. 이슬람 세력의 확대를 막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자는 의도였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 등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말리 쿠데타와 이번 내전을 주도한 이슬람 세력들 중 다수가 미국의 군사훈련을 받은 관료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관료들 중 상당수가 이슬람 세력과 같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미국 대테러 전략의 가장 수치스러운 ‘부메랑(역효과)’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 영향 미칠까

아프리카 북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움직임이 확산되자 주변 에너지 생산국들도 긴장하고 있다. 인질극이 일어난 알제리에는 셸, BP 등 글로벌 에너지 회사들이 진출해 있다. 아일랜드의 페트로셀틱은 최근 인아메나스에서 불과 140㎞ 떨어진 지역에서 천연가스 광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알제리 광구 대부분이 사막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 테러세력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근 리비아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리비아 국방부는 자국 주요 유전시설에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리비아 주요 유전도 인아메나스에서 수백㎞ 거리다.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영향이 이집트나 나이지리아로도 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제리 리비아 나이지리아는 모두 석유 가스 매장량이 세계 10위권 안밖인 국가들이다.

FT는 “리비아 등 주변국으로 사태가 확대되면 이 지역 자원에 의존하는 유럽 경제에는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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