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업무조정 완료 임박…유관단체·인수위원까지 가세 '밥그릇' 전쟁

입력 2013-01-20 17:13   수정 2013-01-21 00:51

대학업무, 미래부-교육부 '줄다리기'
어린이집 보육, 교육·복지·여성부 '경합'
통상교섭권, 지경부-외교부 '힘겨루기'




“이건 전쟁이다.”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의 큰 틀을 발표한 이후 부처 간 구체적 업무영역 조정을 놓고, 인수위 주변에서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주 중에 확정될 예정인 각 부처의 실·국 개편안이야 말로 ‘밥그릇’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업무 조정의 이해가 걸린 각 부처들은 자신들의 조직 논리를 인수위에 전달하기 위해 공무원뿐 아니라 유관단체 임직원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 조직개편안 마련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옥동석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인천대 무역학과 교수)은 집중 로비 대상이다.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부처 간 칸막이나 영역 이기주의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인수위 내 일부 위원들마저 각 부처의 이익을 대변하며 로비전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처 간 영역다툼이 치열한 대표 분야 중 하나가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업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 부문을 모두 넘기도록 돼 있다. 문제는 과학 부문의 연구·개발(R&D)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학 업무를 어디에서 맡을 것이냐다. 이에 대해선 교육과학기술부 내에서 교육 부문 공무원들과 과학 부문 공무원들 간에 의견이 갈린다.

교육 공무원들은 교육의 일관성을 위해 대학 정책이 교육부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에 대한 학술 지원도 이공계나 인문·사회계열을 가릴 것 없이 교육부가 맡아야 하며, 과학인재 육성도 다른 인재와 마찬가지로 교육부에서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과학 부문 공무원들은 대학 부문은 R&D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공계 학술 지원이나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수학·과학 교육 등 과학인재 양성을 과학 부문에서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전쟁엔 대학교육협의회, 교원단체 등 유관 기관도 참여해 뛰고 있다.

또 교과부는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감독 기능을 가져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3~5세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공통 교육과정)이 시행됨에 따라 유치원(교과부)과 어린이집(복지부) 감독 기관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어린이집의 0~2세 보육 기능엔 여성가족부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보육 기능을 놓고 교과부 복지부 여성부 등 3개 부처가 경합하는 양상이다.

직원 수 4만4000여명, 2급 이상 고위공무원 자리만 14개에 금융자산 100조원이 넘는 ‘알짜’ 우정사업본부를 둘러싼 쟁탈전도 치열하다. 현재 지식경제부 관할이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소속이 이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면서 외교통상부로부터 받게 될 통상 기능의 범위를 두고서도 로비전이 한창이다. 외교통상부는 산하 통상교섭본부를 정책과 교섭으로 나눠 실물경제와 관련된 정책 부문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되 교섭 및 조약 체결 업무는 외교부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지식경제부는 통상정책뿐 아니라 교섭권까지 넘겨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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