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도 10%만 추가 수익
정보 비대칭 사라져 수익 격차 줄어…글로벌자금 수수료 싼 ETF·인덱스로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 ‘α(시장 대비 추가 수익)’에 대한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매니저가 주식 등을 사고팔아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펀드가 시장 지수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액티브펀드에서 빠져나와 ETF 등 인덱스펀드로 적극적으로 갈아타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산시장에서 1520억달러가 액티브펀드를 빠져나갔다. 이탈 자금 대부분은 ETF에 유입돼 ETF 투자금은 한 해 동안 1872억달러 불어났다. 2012년 말 기준 글로벌 ETF 투자 규모가 2조달러(약 2121조원) 규모에 이르렀다는 추산도 나왔다.
이는 아무리 훌륭한 펀드매니저라도 시장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얻기 힘들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증시 S&P500지수에 투자한 주식형 펀드 중 35%만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2년 이상 수익률은 더 암울하다. 펀드조사업체인 모닝스타는 “2011년 이후 2년간 액티브펀드의 고작 10%만 지수 상승률보다 성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BS머니워치도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펀드가 1년 내내 시장수익률을 압도할 가능성은 5.23%로 무작위로 아무 주식이나 골라담았을 때(6.25%)보다 낮았다”고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도 예외가 아니다. 헤지펀드 리서치업체 리퍼에 따르면 2011년 수익률이 좋은 상위 10% 헤지펀드들은 시장 평균 대비 19.8%의 추가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2012년에도 비슷한 성과를 얻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상위 10% 헤지펀드들은 시장 평균 대비 40% 안팎의 초과 수익을 냈었다. 반면 수익률 하위 10% 헤지펀드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10% 안팎 밑돌았다. 성과과 좋은 헤지펀드와 나쁜 헤지펀드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리퍼는 “개별 펀드매니저가 아무리 노력해도 헤지펀드 수익률은 평균에 수렴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보 공유로 설 땅 좁아지는 ‘α’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α의 실종’ 이유로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투자자 간 정보 격차가 줄어든 것을 꼽았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존 롱허스트 이머징마켓 주식리서치팀장은 “1980년대만 해도 유럽 기업들에 대한 영문 분석 리포트를 빨리 확보하는 것이 투자 수익률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해외에 수십개 지사를 보유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경영대학원(MBA)을 갓 졸업한 개인투자자 간의 격차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별 기업의 실적보다 거시경제정책이 증시를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주리엔 팀머 피델리티 펀드매니저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모든 S&P500 편입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며 “종목 선택이 의미가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러셀 키넬 모닝스타 펀드팀장은 “오늘날 펀드매니저는 중국 정치권 내 암투를 읽어내야 하는 것은 물론 애플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갑자기 출현할 수 있는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며 “야구선수들이 갑자기 크리켓을 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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