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질 구출

입력 2013-01-21 17:14   수정 2013-01-21 23:57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뮌헨올림픽이 열리던 1972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대표팀 숙소를 습격해 선수 1명과 코치 1명을 살해하고 9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스라엘의 군대투입 요청을 거부한 서독은 구출 작전을 세웠으나 총격 과정에서 인질 9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7년여에 걸쳐 검은 9월단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 20여명을 암살했다. 이른바 ‘신의 분노’ 작전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를 소재로 영화 ‘뮌헨’을 만들었다.

1994년 12월 알제리의 이슬람 과격단체 GIA 테러범 4명이 에어프랑스 승객과 승무원 232명을 인질로 잡고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협상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비행기를 마르세유 공항으로 유도한 뒤 특수부대 GIGN 요원들을 투입, 테러범을 사살하고 인질들을 구출했다. TV로 생중계된 이 작전도 나중에 줄리앙 레슬레크라는 프랑스 감독에 의해 영화 ‘어썰트’로 만들어졌다. 2년 전 우리 해군특수부대가 치열한 교전 끝에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한 ‘아덴만 여명작전’ 역시 성공적인 인질 구출 작전으로 꼽힌다.

특수훈련을 받은 요원들이라도 항상 인질을 극적으로 구출하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985년 이집트 특공대는 팔레스타인계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이집트 항공기 승객과 승무원을 구출하려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기내에 구멍을 뚫기 위한 폭탄의 양 조절에 실패한 데다 무차별 사격을 하는 바람에 67명 인질 중 58명이 사망했다. 2004년 9월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의 공립학교 인질사태에서는 러시아 최정예 알파부대까지 동원됐으나 인질 330여명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알제리 정부군이 벌인 이번 가스전 인질구출 작전도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말았다. 알카에다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된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인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사격을 가해 테러범들은 물론 인질도 수십명 숨졌다고 한다. 이번 인질사태는 말리 반군 진압에 나선 프랑스 군 전투기에 알제리가 영공을 열어준 것에 대한 보복이다. 프랑스가 132년간 알제리를 지배하면서 얽히고설킨 국제관계 탓에 애꿎은 민간인들이 화를 입었다.

북아프리카 무장세력 중엔 과격 이슬람주의와 소수민족 해방운동, 조직폭력배에 가까운 범죄세력 등이 뒤섞여 있어 대응하기가 까다로운 모양이다. 빈 라덴은 죽었지만 알카에다 연계 세포조직이 70여개국에 흩어져 암약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는 비켜갔지만 세계 230여개국을 누비는 우리 산업전사들도 늘 위험에 노출돼 있어 남의 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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