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실적 조작…非중국 회사처럼 꾸며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인 미국의 캐터필러가 중국 기업의 엉터리 회계에 당했다. 지난해 중국 광산장비회사인 ERA(연대탄광기계설비제조)와 ERA의 자회사 쓰웨이를 총 7억달러에 인수했지만 이후 두 회사의 실제 가치를 계산해보니 1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분식회계로 이익을 교묘하게 부풀린 ERA와 쓰웨이를 5억8000만달러나 더 주고 샀다가 손실을 본 것이다.
○인수하고 보니 기업가치 80% 증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터필러에 이 같은 금액의 비현금 손실액이 지난해 4분기에 발생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캐터필러는 지난해 6월 ERA를 6억53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인수한 지 6개월이 지난 11월에서야 인수 가격을 80%나 더 얹어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수가격 회계를 다시 한 결과 ERA와 쓰웨이가 경영진의 지시 아래 수년간 매출과 순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을 확인했다.
캐터필러 관계자는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캐터필러는 중국에서 23개 공장, 4개 연구·개발(R&D) 센터, 3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직원은 1만5000명에 달한다. 캐터필러의 전 세계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다. 두 회사를 인수할 당시 캐터필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엄청난 석탄 수요를 갖고 있고, 장기적인 전략상 꼭 필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캐터필러는 쓰웨이 대다수 경영진이 이번 분식회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ERA와 쓰웨이 인수를 주도한 루이스 드 레온 캐터필러 부사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0년 넘게 치밀히 이뤄진 분식회계
WSJ는 ERA의 분식회계가 10년 넘게 중국계 비즈니스 거물 등이 연루돼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10년 전 채굴 엔지니어 겸 석탄계 거물 리루보, 베이징에 사는 미국 기업인 에모리 윌리엄스 시어스로백앤드컴퍼니 회장은 다 쓰러져가는 ERA를 공동으로 인수, 유압 엘리베이터 등 산업용 장비를 만들어왔다. 이들은 2010년 홍콩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했다. 부실기업이나 마찬가지던 ‘할리우드DVD’를 사서 ERA인포메이션앤드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만들고, 해외 주주들을 끌어모아 외국 회사인 것처럼 꾸몄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인 윌리엄스 회장이 자금 조달책을 맡고 리루보는 쓰웨이 주식의 4분의 1을 16만달러에 사들였다. 2007년 윌리엄스 회장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350만달러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2010년 상장을 앞두고 이들은 리루보의 사위인 제임스 톰슨 3세에게 3850만달러를 주고 회사의 경영권을 또다시 넘겼다. 톰슨은 중국에서 크라운월드와이드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 분식회계의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캐터필러 경영진이 충분히 실사를 하지 않고 방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캐터필러 관계자는 “인수 규모가 크지 않아 당시 경영진의 주위가 산만했다”고 털어놨다.
○中 상무부, “법대로 처벌할 것”
중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은 ERA와 쓰웨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정부도 최근 상장기업들에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스스로 문제 제기를 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상무부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1689개 상장사의 2012년 1~3분기 재무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823곳(48.7%)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발견됐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재무상태나 이익 등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전문조사 기관에 맡겨 심층적인 조사를 하겠다”며 “범죄행위로 결론날 경우 사법기관에서 법대로 처벌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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