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정치권의 게임 규제 움직임에 반발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국내 93개 게임회사들의 모임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2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고강도 게임산업 규제 법안은 실효성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게임업계는 지스타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게임업계 “규제 과도하다”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와 신상철 YD온라인 대표 등 몇몇 게임회사 대표들이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게임업계가 공식으로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여러 게임 규제에 묵묵히 따라왔지만 지금은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문제를 삼고 나선 법안은 지난 8일 손 의원 등 17명이 발의한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들의 주요 내용은 △만 16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셧다운(게임 중단) 시간을 지금보다 3시간 늘리고 △연간 매출의 1% 수준의 게임중독 치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등이다. ‘중독유발지수’라는 지표를 새로 도입해 게임 중독을 유발하는 게임을 원천적으로 제작·배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사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보는 사례도 있다”며 “이럴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문화콘텐츠 수출 절반이 게임
국내 게임업계는 온라인 위주였던 고객들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게임 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으로는 온라인 게임 때와 같은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채찍만 든다는 게 게임업계의 불만이다.
게임협회는 “지난 10년간 한국문화콘텐츠 수출을 견인하고 국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서왔던 것이 게임업계인데도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게임인 것처럼 간주되는 것이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의 해외 수출 규모는 2011년 23억7807만달러로 2008년 처음 1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50% 이상을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정치권 “규제 아닌 중독 예방”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크다는 여론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생이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머니가 새벽 2시까지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즐겼던 것이 드러나 규제 강화 논란이 커졌다.
손 의원실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게임산업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게임업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다듬겠다”고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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