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사장 조순태·사진)는 혈액제제·백신 생산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갖고 있는 제약업체다. 녹십자에 올해는 혈액제제 부문에서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 여부가 판가름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면역글로블린 ‘아이비 글로불린 에스엔(IVIG)’과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의 성과 가시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면역글로블린 IVIG는 3상이 예상보다 빠른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반기께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2011년 미국 3위권 혈액원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혈액원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10곳까지 혈액원을 확장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서다.
이 회사는 또 면연글로블린이 FDA 승인에 대비해 현재 생산량 한계에 다다른 충북 오창공장의 증설도 추진 중이다. 본사 연구센터를 비롯 올해만 2000억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잡고 있다. 이를 통해 혈액제제 전문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까지 ‘글로벌 톱 50위’ 제약사가 목표다.
지난해부터는 수출사업부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등 해외 매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수출 성장률은 34%. 연초 태국에 혈액제제 플랜트를 수출하는 등 올해 해외 수출 목표는 1억1000만달러로 잡았다.
백신 분야는 혈액제제의 뒤를 받치는 든든한 성장엔진이다. 지난해 11월 계절독감 백신이 세계보건기구의 사전적격심사(PQ)를 얻은 뒤 12월에는 남미보건기구와 1200만달러 규모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남미 수출을 계기로 북반구와 남반구 지역 이머징 국가에 대한 추가 수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눈길을 끈다. 올해는 이미 지분을 확보한 회사들과 시너지를 얼마나 낼지와 추가로 기업을 인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5월 150억원을 투자해 이노셀 지분 23.43%를 취득해 1대 주주가 됐다. 또 지난해 3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일동제약 지분 15.35%를 얻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조 사장은 “시너지가 예상되는 제약 바이오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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