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산 영구채 '영구미제' 되나

입력 2013-01-23 17:04   수정 2013-01-24 06:41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두산 영구채 문제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최근 국내 한 증권회사 임원이 한 말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권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회계기준원의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그의 우려처럼 두산 영구채 문제가 물론 ‘영구미제’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작년 11월 초 회계기준원에 두산 영구채 문제를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결론내라고 지시한 지 3개월가량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 및 회계법인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회계기준원은 두산 영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질의회신연석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비공식 질의를 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작년 말 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IC)에 공식 질의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하지만 회계기준원은 아직까지 IFRSIC에 질의서조차 보내지 않고 있다. 두산 영구채의 회계 처리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자본이냐, 부채냐’로 모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국내 회계제도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특정 금융상품의 회계처리 문제를 놓고 회계기준원이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만한 전문성도, 권위도 없다는 사실이 두산 영구채 문제를 통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IFRS라는 건 말 그대로 국제회계기준이어서 회계 주권을 우리나라가 갖고 있지 않다”며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회계 문제는 IASB에 해석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두산 영구채와 비슷한 사태가 앞으로도 종종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IFRS 도입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나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IFRS 해석 문제로 인해 기업의 재무활동이 지연되고,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내 회계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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