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채권 동시 매도
원·엔 환율이 9거래일 만에 1200원을 회복했다. 정부는 환율 흐름과 외국인 자금 유입 상황을 지켜본 후 외환시장 추가 규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적극적인 구두 개입에 힘입어 3원90전 오른 1066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 1054원70전에 바닥을 찍은 후 반등을 거듭해 이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88엔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일본 중앙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완화 정책이 예상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 따라 엔저 기조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207원60전(오후 3시 기준)을 기록, 지난 10일(1206원25전) 이후 9거래일 만에 1200원 선을 회복했다.
정부는 추가 규제 방안을 마련했지만 발표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강화 방안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가는 상황에선 강화된 규제안을 내놓아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주식시장에서 5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보유채권도 4900억원어치를 줄였다.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내다판 건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 중반까지 떨어진 건 외국인 자금 유입보다는 수출기업 등 국내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내다팔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수출기업들이 연초부터 서둘러 달러를 내다 팔았다”며 “외환투자자들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염두에 두고 거래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조선사 등 수출기업들이 헤지비중(수주 대비)을 지나치게 높여 선물환을 매도하고, 기업으로부터 선물환을 사들인 은행들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내다팔아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주요 지지선인 1050원을 깨고 내려가거나, 외국인 자금이 다시 밀려들어와 환율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정부가 추가 규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 나가고 있지만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감안할 때 재차 들어올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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