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저성장 쇼크, 한국은 이대로 下山할 것인가

입력 2013-01-24 17:02   수정 2013-01-24 21:34

끝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추락했다. 3년 만의 최저치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4%로 7분기 연속 0% 선에 그친 결과다. 쇼크다. 더구나 수출도 안되고 민간 설비투자는 아예 마이너스다. 앞길이 꽉 막혔다. 성장 동력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한국이다. MB정부 임기 5년간 평균 성장률이 고작 2.9%에 불과하다. 당초의 747공약이 무색하다. 그래프에서 보듯 역대 대통령 임기 중 최악이다. 한국 경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겪으면서 한 단계씩 하강하는 중이다. 전두환 정권 때의 평균 성장률 9.9%는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MB정부는 억울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위기를 수년째 겪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성장률은 자연스레 떨어진다. 이미 한국은 세계 10위권이다. 수확체감의 법칙처럼 성장률도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체감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등을 보면 그런 가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4만달러에서라면 모를까 우리는 겨우 2만달러를 넘긴 상황이다. 벌써 하산길로 돌아서야 하나.

문제는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밑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DI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11~2020년 3.8%인데 반해 벌써 2011년은 3.6%, 2012년은 2.0%였다. 잠재성장률도 2021~2030년 2.9%, 2031~2040년 1.9%로 계속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도 MB정부에서조차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서비스분야 산업화 같은 먹고사는 문제는 별로 개혁된 것이 없었다.

일본을 닮아간다고 걱정하지만, 그래도 일본은 1인당 소득이 4만5920달러(2011년 기준)로 우리(2만2489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 IMF가 추정한 2012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3021달러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3만2522달러) 스페인(2만8976달러)보다 뒤진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가 환율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돈을 무제한 풀어대는 속에서 일본까지 먼저 살고 보겠다며 엔저로 맞불을 놓고 있다. 위기다!

새 정부가 이런 보이지 않는 세계경제 전쟁에 대비나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성장이라는 단어를 박근혜 정부의 용어사전에서 찾기는 어렵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구호만 요란하다. 저성장이 어떤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 기업들 가운데 한국 CEO들의 사업전망이 가장 비관적이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성장의 가치를 잊으면 재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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