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강한 창조경제 생태계의 필요조건

입력 2013-01-24 17:05   수정 2013-01-24 21:34

산학협력은 각 부처에서 수행중…미래부는 연주자 아닌 지휘자여야
청년실업 해결의 시너지 나올 것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기계공학 boong33@skku.edu>



최근 들어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각 부문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차기 정부의 주요 국정 아젠다인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능으로 꼽힌다. 그런데 “산학협력이 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 대답은 사람마다 무척 다르다. ‘산학협력’이 산업체와 학교 간에 협력한다는 것임은 분명한데, 저마다 하는 일이나 경험에 따라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유명 사립대의 ‘반도체시스템 공학과’나 ‘사이버국방학과’와 같이 대학-기업 간 계약으로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를 떠올리고, 다른 사람은 대학 교수가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아마 특허 전문가라면 대학연구를 통해 나온 신소재 기술이 업계에서 응용돼 자동차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큰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 어떤 것이 산학협력일까. 대학과 기업 간에 이뤄지는 크고 작은 모든 활동들이 다 산학협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력양성부터, 연구개발, 기술이전 및 사업화까지 모두 산학협력의 범주에 포괄될 수 있다. 산학협력을 이렇게 본다면 정부 각 부처가 대학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거의 모든 정책이 산학협력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로 산학협력은 차기 정부의 주요 국정 아젠다를 수행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다른 부처에서 수행하는 산학협력 정책을 모두 미래부로 이관해 전담하게 하는 것이 인수위에서 발표한 산학협력인지는 의문이 앞선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차기 정부에서는 지방대 육성을 위해 2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예산을 그냥 나눠주는 것은 안 되며 지역산업과 연계해 취업과 창업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차기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정책의 핵심은 역시 산학협력의 강화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대학 육성정책은 미래부가 담당할 것인가 교육부가 담당할 것인가. 현재도 교육과학기술부가 20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하는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은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학협력이라는 마력적인 어휘에 사로잡히면 산학협력을 바로 보지 못하고 오히려 해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산학협력은 이미 대학과 관련된 연구개발 정책을 수행하는 모든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다. 미래부가 해야 할 일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여러 악기들이 자기의 소리를 가장 잘 내면서도 전체적인 화음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듯이 각 부처의 산학협력 정책이 가장 효과적으로 시행돼 대학과 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괄적인 지휘를 하는 것이다. 지휘자가 동시에 모든 악기를 연주하려 한다면 청중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을 수 없다.

과학기술분야가 분리된 이후의 교육부가 담당할 대학육성 정책의 상당 부분도 실질적으로는 산학협력으로 채워질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된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청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기르고 교수의 강의와 연구 여건을 개선하며, 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해 기업의 수요가 대학에 전달되도록 하는 일에 집중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을 통해 기업과 대학의 공동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국방부는 국방 연구개발을 통해 산학협력을 촉진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첨단의료기술 개발과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도 상당부분 대학과 연계된 산학협력으로 이뤄질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미래유망기술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산학협력 생태계를 만들려면 모든 부처의 저마다 특색 있는 정책이 현장에 잘 뿌리내려야 한다. 다양한 정책이 잘 영글어 결실을 보면 그 때 지휘자도 창조경제를 터뜨리는 멋진 합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5년 후의 미래가 기대된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기계공학 boong33@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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