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28일 임시주총서 표대결…오너일가 38% vs 국민연금측 32%
지주사 전환 통과 되더라도
반대표 던진 전략적 투자자들 지분 내다 팔 가능성 높아
회사 분할과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동아제약이 국민연금의 반대라는 초대형 암초를 만났다. 지주회사 전환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24일 분할 반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걸린 지주사 전환 여부가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판가름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동아제약은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오는 28일 임시 주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날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 뒤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위한 지주사 전환에 동의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데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최악이지만 임시 주총에서 표 대결로 지주사 전환을 관철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동아제약은 주요 개인투자자에 대한 ‘맨투맨’ 설득작업에 들어가는 등 표 대결에 대비한 총력전에 나섰다.
이 회사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박카스사업부문을 따로 떼내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아래 100% 비상장 자회사로 두는 부분이 최대 쟁점이다.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알짜배기 사업부문을 분리, 비상장 자회사로 두는 지주사 전환 방식은 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편법 상속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주사 분할 반대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주사 전환을 두고 주요 대주주들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라서자 증권전문가들도 주총 결과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가세로 강신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 및 회사 측이 확보한 지분과 분할 반대 진영의 주식 수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강 회장 등 특수관계인(13.9%) 글락스스미스클라인(GSK·9.9%) 오츠카제약(7.9%) 우리사주조합(6.6%) 등 38%가량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9.5%)을 필두로 한미약품(8.7%) 녹십자 (4.2%) 한양정밀(3.7%) 등과 5% 안팎인 소액주주 네비스탁 등 32%가량이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찬성 쪽이 다소 우세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지주사 분할 안건이 전체 주주의 3분의 2 참석에 참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의결 안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주총에서 5% 미만의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이 열쇠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깜깜이’ 표 대결로 가는 것 같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결정이 기관투자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기관들이 큰손인 국민연금의 결정과 다르게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후유증이 큰 표 대결보다는 동아제약 경영진이 시간을 두고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임시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충격파가 작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될 경우 반대 입장을 밝힌 국민연금과 전략적 투자자인 한미약품 등이 지분을 내다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동아제약은 4.49%(5500원) 내린 11만7000원에 마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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