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신림동 고시촌…"원룸 전성시대 끝"

입력 2013-01-24 17:20   수정 2013-01-25 17:41

사법시험 폐지 앞두고 고시생 줄어 공실 급증



“이제는 신림동에서 원룸으로 돈 벌기 힘들어요.”

‘고시촌’으로 유명한 서울 대학동(옛 신림9동)에서 12년째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늘어나는 빈 방 탓에 수입이 줄었다며 하소연했다. 사법시험이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고시생 수가 크게 줄고 있어서다. 거주자와 유동인구 감소로 원룸뿐만 아니라 ‘녹두거리’라 불리는 대학동 중심상권의 임대료도 하락하는 등 이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동 일대는 30여년 전부터 사법시험과 행정·외무고시를 준비하는 전국의 고시생들이 몰려들어 활황을 누렸다. 전성기였던 5~6년 전에는 거주하는 고시생이 5만명에 이를 정도여서 임대수익을 노리고 해외교포와 강남권 투자자들까지 원룸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시촌과 원룸 주인들이 떨어지는 월세와 늘어나는 공실 때문에 임대사업을 접는 것을 고민할 정도다.

2008년 40만~42만원까지 올랐던 도림천 인근 15㎡ 규모 원룸 월세는 38만~40만원까지 떨어졌다. 서림동(옛 신림2동)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주모씨는 “물가는 올랐는데 월세는 6~7년 전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사시 1차가 끝나면 방을 뺀다는 세입자들이 많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대학동 A공인 대표는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원룸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위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2년 전만 해도 20억원 내외에 거래되던 30~40실짜리 원룸건물이 지금은 2억~3억원 낮춰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고시생들을 상대로 한 술집·음식점·학원 등도 상주 인구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대형 사시 준비학원이 자리잡았던 대로변 건물은 경찰·공무원학원으로 대체됐지만 수강생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학동의 정숙현 신한공인 대표는 “장사가 안돼 3.3㎡에 20만원까지도 했던 1층 상가 월 임대료가 최근에는 18만원 정도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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